학교사회복지는 세계적 추세 환경 속의 인간(PIE)학교사회복지란 학교를 주 활동의 장으로 하여 학생의 문제를 해결, 예방하기 위해 사회복지의 전문적 지식과 기술, 방법론을 적용하는 사회복지 실천의 한 영역을 말한다. 사회복지에서는 개인이 살아가면서 겪는 고민이나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심리적인 결함이나 병리적 현상으로 한하지 않고 가족, 또래 친구, 교사, 기타 여러 개인 및 집단과의 관계와 더 큰 사회적인 역동 속에서 파악한다.
이러한 관점은 ‘환경 속의 인간(Person-in-environment : PIE)’라는 용어로 집약된다. 따라서 학생문제의 해결과 예방을 위해서는 개인적인 상담이나 교육적 개입뿐 아니라 가정과 학교생활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에 근거하여 가정 - 학교 - 지역사회의 연계 속에서 함께 풀어가야 한다고 본다. 또한 학생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여 펼쳐나갈 수 있도록 개인의 강점을 최대한 이끌어 내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고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연계하는 것이 사회복지사의 직무이다.
그러기 위해서 학교 안에서는 교사를 기본으로 하여 지역사회의 의료계, 정신보건 전문가, 복지기관, 방과후보육(교육)기관, 법률가나 경찰, 가족지원시스템 등과 같은 전문가 및 관련기관들과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학교를 중심(school based or school linked)으로 아동의 개별적인 욕구에 기반한 one stop full service가 지원되도록 조정하고 연계하는 역할을 한다. 궁극적으로 지금 학교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은 학교사회복지사라는 자격을 가지고 있든 아니든, 교육부 사업이든 복지부나 지자체, 민간기금 사업이든 기본적으로 이와 같은 정체성을 가지고 학생 복지를 위한 실천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학교사회복지는 미국에서는 100년이 넘는 실천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주에 따라서 학교사회복지사가 상담사, 심리학자와 함께 팀을 이루어 학생의 인성과 복지를 담당하는 지원 체계를 구성하여 가동되고 있다. 1900년대 이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의무교육제도가 시행되면서 교육기회의 보장, 학생 인권 및 복지 지원을 통해 학교사회복지 제도가 퍼지기 시작하여 현재 서구 선진국을 비롯하여 대만, 홍콩, 일본, 몽골 등 아시아와 사회주의권 국가에서까지도 시행되고 있다.
계층의 대물림과 빈곤의 다면성영어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1990년대 들어서면서 교실에서 공부 못하는 말썽꾸러기를 불러 보면 외모도 왜소하거나 피부가 꺼칠하고 성적만 부족한 게 아니라 다른 재주도 없고 성격도 모나는 아이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게다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가정형편이 가난하고 부모님은 이혼하셨거나 재혼가정이고 부모님의 교육 정도도 낮아서 가정교육도 기대하기 힘들고 친구들도 다 그만그만한 아이들끼리 몰려다니며 방과 후에도 동네를 배회하며 해지기를 기다려 귀가하곤 하는 것을 종종 발견하게 되었다. 가난해도 학교공부만 열심히 하면 대학도 가고 ‘사’자 붙은 전문직도 될 수 있었던 시대는 이제는 먼 옛날 이야기가 된 것이다.
반면 공부 잘하는 학생은 가정형편도 좋고 부모님도 교양있는 분들이고 여러모로 칭찬할 만한 면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공부 못한다고, 생활태도가 바르지 못하다고 야단치고 벌주는 것은 전혀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학교는 여전히 성적으로 아이들을 판단하고 줄세우고 경쟁시키는 구조를 깨뜨리지 못하고 있고, 교사들은 그저 ‘문제 학생 뒤에는 문제부모(가정)가 있다’는 힐난조의 말만 할 뿐 정작 그런 ‘문제부모’나 ‘문제가정’이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들의 삶의 여건이 개선되도록 고민하고 손을 내미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정환경은 아이들의 성격과 태도, 성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어떻게 해볼 수가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관점과 철학을 가진 것이 학교사회복지라는 걸 알게 되면서 나는 교사가 아닌 학교사회복지사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이제는 피교육자인 학생을 교육하는 교육자로서가 아니라 학생의 행복을 위해 그들의 눈높이에서 학생을 만나고 이들의 가장 중요한 삶의 현장인 학교를 중심으로 학생의 복지를 위해 발로 뛰며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를 넘나드는 일꾼이며 정책의 제안자가 되었다.
아직도 “공부해라, 공부해야 잘 살 수 있다”, “이 담에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도대체 넌 장래에 대한 꿈도 없니?”라고 다그치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공부하고 싶은 마음, 동기는 매슬로우의 욕구단계 피라미드를 적용한다면 ‘지적욕구’나 ‘자아성취의 욕구’에 속한다. 그런데 요즘 공부 못하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인 의식주와 안전,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부터 충족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외롭고 힘겹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빈곤의 여러 얼굴이기도 하다. 이처럼 하위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아이들은 지적욕구나 심미적 욕구, 나아가 자아성취에 대한 욕구가 생기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따라서 방과 후 교실에 남아서 공부하고 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 못지않게 신체적 발달과 건강의 지원, 가정환경의 개선을 위한 자원연계, 가족기능의 회복을 위한 서비스, 정서적 지지와 애정, 풍부한 문화체험과 같은 서비스가 있어야 공부도 하고 아름다움도 알고 미래의 꿈도 갖게 될 것이다.
학교사회복지사업의 어제와 오늘1996년 이후 우리 사회와 교육계는 큰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다. 연일 ‘교실붕괴’라는 단어가 신문에 등장했고 공교육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낳게 하는 보도들이 TV에 고발되었다. 게다가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급증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빈곤층은 더 가난해지고 중산층조차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더불어 이혼의 증가와 핸드폰의 보급, 인터넷과 케이블TV 등 대중매체에 대한 무한노출 등과 같은 환경변화는 아동과 청소년들의 성장환경을 어지럽혔다.
이런 가운데 학생들의 문제행동과 중퇴 등 학교부적응 현상이 증가하여 교육계뿐 아니라 상담,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학교를 지원하여 학생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한 연구·시범사업들이 시도되기 시작했다.
그중에 하나가 1996년 교육부의 학교사회복지 시범사업과 1997년 서울시교육청의 사회복지사를 배치하여 운영한 생활지도시범사업이었다. 이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의 생활지도시범사업은 2006년까지 지역사회 여건이 열악한 학교들을 지정하여 시행하는 동안 계속 긍정적인 성과가 보고되었다. 이에 이 사업의 일반화, 제도화를 위하여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02년 3월부터 2006년 2월까지 기획사업으로 서울, 대전, 부산에서 약 15개 학교를 협력학교로 선정하여 학교사회복지사업을 시행하였다.
한편 교육부는 연구사업이후 중단되었던 학교사회복지사업을 2004년에 다시 시작하여 전국 16개 시도 총 96개 초·중·고교에서 ‘학교폭력예방 및 교육복지증진을 위한 사회복지사활용 연구학교’를 운영하였다. 이 사업 역시 사업시행학교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나 제도화되지 못한 채 2007년부터는 복지부에서 사회복지사를 파견하는 형식으로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또한 위스타트사업과 희망스타트사업 내 학교사회복지, 몇몇 지방자치단체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민간기금으로 지원되는 학교사회복지사업 등에서도 같은 모형으로 학교사회복지사업이 운영되고 있어 2007년 말 현재 전국 약 150여 학교에서 사회복지사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 사업의 공통적인 틀은 1개 학교에 1명의 사회복지사가 상주하면서 취약계층 학생(빈곤, 신체 및 정신적 질병과 장애, 가정 내 방임이나 학대, 다문화, 폭력 가해 및 피해, 정서심리적 문제 등으로 건강한 발달 및 학교적응에 어려움을 가진 학생들)의 발굴 하고 생태체계적 사정(assessment)을 통한 통합적 지원, 공동체적인 학교문화 형성을 위한 폭력예방교육, 자원봉사프로그램, 멘토링프로그램 운영, 지역사회 자원의 개발 및 활용, 가정 - 학교 - 지역사회를 연계한 집중서비스 관리와 같은 일들을 하고 있다.
한편 사회의 양극화와 빈곤의 대물림, 그리고 그 속에서의 교육불평등과 교육격차에 대한 문제인식이 보편화되면서 교육부는 2003년부터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지원사업(이하 교복투사업)을 시작하였다. 도시 빈곤밀집지역에 학교와 지역 기관을 연계하여 학교를 중심으로 교육, 보건, 문화, 복지서비스를 종합적으로 개발, 지원하는 체계인 교복투사업은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이제는 전국 60개 지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에서 일하는 교육청의 프로젝트 조정자와 학교의 지역사회교육전문가들 중에는 서두에 소개한 학생복지의 비전을 가지고 그동안 학교사회복지 연구·시범사업을 경험한 학교사회복지사들이 많이 있다.
이제는 제도화를 논의할 시점 학교사회복지라는 분야와 학교사회복지사업의 현황을 간략히 소개하였다. 일면 많은 학교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모두가 시범사업일 뿐 체계적인 제도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몇 가지 사항을 지적, 제안하고자 한다.
1) 통합적인 사정과 개입 필요 교육은 보건, 노동, 주택과 함께 인간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여건을 구성하는 부분으로 개인과 시장에만 맡기기보다는 많은 부분 사회 또는 국가가 담당해야 하는 영역으로 다루어져 왔다. 또한 교육은 산업혁명 이후 아동의 권리이자 국민적인 기본권으로 추구되어 왔으며 우리나라 헌법 및 교육기본법에서도 ‘능력과 적성에 맞는, 평생 동안의 기회 균등한’ 교육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교육은 새로운 계층 재생산의 합법적인 기제로 자리잡게 되었고 사회경제적으로 지위가 낮거나 상대적으로 소외계층에 속하는 가정배경을 가진 아동·청소년들은 발달과정과 학교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이것이 학습부진과 문제행동, 사회적 부적응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학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전인적인 진단 평가 위에 교육, 건강, 복지 등의 다각적이고 복합적인 서비스들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면에서 일관된 가치와 철학, 지식과 기술로 축적된 분야가 바로 학교사회복지이다.
2) 학교중심의 서비스 체계화한편 학교 내에는 보건교사 외에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되기 시작했으며 방과 후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고 학교 밖에는 지역아동센터, 방과 후 공부방, 종합사회복지관, 청소년쉼터와 대안학교, 청소년수련관, 그룹홈 등 다양한 학생복지 프로그램과 시설, 기관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많은 복지적인 서비스들이 과연 꼭 필요한 아이에게 지원되고 있는지, 소외는 없는지, 모자라거나 넘치지는 않는지, 아이나 가정의 욕구와 서비스가 일치하는지, 사업 주관처들이 다른 부처이거나 관 - 민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협력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서비스 제공 후에도 더 필요한 것이나 부작용은 없는지와 같은 점들이 세밀하게 점검되고 보완되어야 한다.
또한 학령기 아동·청소년의 취학률이 90%가 넘고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은 것으로 유명한 우리나라에서는 학교를 중심으로 학교 안팎의 여러 가지 아동·청소년 대상 복지서비스들이 체계화되며 아울러 가정에 대한 지원이 함께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 내에 이러한 자원 연계조정자(resource coordinator)가 꼭 필요하다. 현재 연구·시범사업이나 스타트사업의 학교사회복지사, 교복투의 지역사회교육전문가들이 이러한 학교 안팎의 자원이 연계되는 고리 또는 다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3) 제도적·보편적 틀 필요현재 보건복지가족부가 지원하는 사회복지사파견사업, 지자체나 민간기금으로 운영되는 각종 기획/시범사업, 스타트사업 등에 포함된 학교사회복지사 배치학교와 교복투사업 시행학교들을 모두 합하면 거의 500개교를 육박한다. 그러나 이 숫자는 전국의 초·중·고교 수 1만여 개의 5%에도 못 미치는 숫자이다. 꼭 도시 빈곤층 밀집지역이 아니더라도 빈곤하거나 취약한 계층,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은 어디나 있다. 오히려 이들이 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하고 지역사회 내에 복지프로그램이 없어서 힘들어하기도 한다. 또,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학교사회복지 서비스를 받거나 교복투 학교에서 집중지원을 받던 학생이 졸업 후 그런 사업이 없는 학교에 진학하면서 서비스가 지속되지 못해 다시 학생의 부적응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 도시빈민지역에 집중 투자하는 교복투 모델과 별도로 기본적으로 어느 학교나 자율적으로 학교사회복지사를 고용하고 학교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보편적 제도의 틀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동안 연구·시범사업과 위스타트사업의 학교사회복지사업을 통해 교복투처럼 큰 예산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학교당 연간 5000만 원 정도의 예산으로 얼마든지 학생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학교의 교육적 여건이 개선시킨 경험들이 있다. 그렇다면 단위 학교특성상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이런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그리고 모든 학교의 학생들이 학생복지를 위한 학교사회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하도록 하는 법적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4) 법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대규모 전국사업인 교복투사업이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상 학생들을 만나고 가정방문을 하며 교사에게 복지서비스의 필요성과 개입계획을 설명하고 지역사회 기관들과 협의하여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실무자인 지역사회교육전문가에 대한 전문적 역할과 직무에 대한 규정 및 보수체계도 마련되지 못했다.
서비스의 대상인 학생과 가족들은 사회구조적이고 골 깊은 문제들로 어려워하고 있으며 그래서 지속적이고 안정된 기반에서의 개입과 지원이 필요한데 계약직의 신분에 5년차와 1년차의 보수구분이 전혀 없고, 인력의 전문성에 대한 뚜렷한 규정이 없으며 능력개발을 위한 연수도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면 이 사업의 성공은 그저 대규모의 예산지원과 산발적인 프로그램 세례에 기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육이나 의료와 마찬가지로 학생복지 서비스도 실무책임자의 전문성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모든 물고기가 살 수 있는 개천새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 내에 학생복지지원국이 신설되었으나 일찍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놓은 교육복지정책안을 보면 장학금 지급 외에 교육복지정책의 내용이 거의 없는데 이것이 현 정부의 교육복지정책의 전부라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것은 개천에서 용 나면 장학금 주겠다가 아닌가. 지금은 제 아무리 용이라도 개천에 빠지면 다시는 살아나오지 못하는 시대가 되지 않았는가. 그러므로 모든 개천의 물을 맑게 하고 용이 아닌 모든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제각각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학생복지를 지원하는 학교사회복지 제도가 하루빨리 우리나라에도 실시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