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기말에 뭔가 추억에 남을 학급행사를 하기 위해 이 책 저 책을 보던 중 발견한 것이 양초공예 활동이었다. 글을 쓰신 선생님이 학기말 정리활동으로 좋다고 강력한 추천글을 써놓았기에 나도 실천해보기로 결심했다.
단체로 활동하기 전에 한번쯤 미리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날 청소를 끝내고 교실에 남아있던 몇명의 아이들과 양초공예를 미리 연습해보기로 했다.
책에 실린 대로 석유난로 위에 주전자를 올리고 양초를 넣어서 걸쭉하게 만든 다음 양초심을 빼고 크레파스를 넣어서 색깔 양초를 만들었다. 이렇게 한 다음 주전자에 있는 양촛물을 종이컵에 붓고 차갑게 식히도록 아이들에게 창문을 열어놓게 했다.
그때 부장선생님이 갑자기 나를 찾으시기에 아이들만 남겨둔 채 잠시 협의실로 갔다. 잠시 후 교감 선생님이 방송을 하시는 것이다.
"학교에서 타는 냄새가 납니다. 교실에 가서 잘 살펴보세요."
얼른 우리 교실 생각이 났다. 설마 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교실 쪽으로 뛰어가보니 이미 우리반 앞 복도는 하얀 연기로 꽉 차있었다.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은 '엎드려 뻗쳐'를 하고 있고 남자선생님들이 활짝 열어놓은 교실 창문으로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었다.
양초 덩어리를 석유난로 표면에 던지면 양초가 녹아서 사라지는 것을 본 아이들이 재미삼아 큰 덩어리를 석유난로 위에 얹어두었다가 그만 많은 연기가 난 것이다.여러 선생님들이 내가 벌린 해프닝에 웃고 계시고 게다가 다른 선생님이 우리반 아이들을 벌주고 계시니 더 무안하고 민망했다.
녹인 양초를 종이컵에 마저 담고 찬바람에 양초를 굳히는데 아이들은 벌받은 것도 재미난지 킥킥 웃는다. 교실에 잠깐 없는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믿을 수 없었다.
'휴-, 큰일날 뻔했네. 다음부터는 교실에 될 수 있으면 아이들을 남겨두지 말아야겠다.'
양초공예는 이론상으로는 참 로맨틱한 학기말 활동이지만 1년차 새내기 교사인 나에게는 너무나 위험한 활동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