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혜진이 오줌쌌나 봐요."
혜진이의 걸상은 진한 나무색으로 변해있었고 걸상 밑은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공부시간과 쉬는 시간에 할 일은 다르다"면서 오늘따라 심하게 했던 것이 후회가 됐다. 나 자신이 부끄러워 반 아이들에게 "선생님도 어렸을 때 그런 적 있는데…. 괜찮아, 흉보면 안돼. 누구나 실수할 수 있잖아."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자기의 실수담을 자랑까지 한 덕분에 위기는 넘어갔지만 혜진 엄마께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엄마한테 전화 걸어 새 옷 가져오라고 할까?"
혜진이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척 물었으나 혜진이는 "엄마 집에 안계세요"하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하는 수 없이 교실에 있던 수건을 깔아주고 마침 긴 외투가 있길래 겉에 입혀 전혀 표시 나지 않게 해서 다른 친구와 함께 집으로 보냈다. 근 후 저녁을 먹고 망설이다 9시가 좀 지나서 전화를 걸었다.
"혜진 어머니, 선생이랍시고 애도 하나 제대로 못 보살피고 미안하군요."
깜짝 놀란 혜진 엄마, "무슨 말씀이세요, 선생님. 애 맡겨놓고 한번 찾아뵙지도 못하고 청소도 한번 못해드렸는데….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오늘 혜진이 아무 일 없었나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엄마, 나 화장실'하고 들어갔다 나오면서 '학교에서 오줌 참고 왔는데 너무 급해서 옷에다 쌌다' 그러더군요. '괜찮다, 다행히 집에 와서 싸길 망정이지 학교에서 쌌으면 오줌싸개 될 뻔했구나' 하고 넘어갔지요."
깜짝 놀란 난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꾸중은 마세요. 제가 잘못했군요."
"아니에요. 선생님, 죄송해요. 그런데 이렇게 거짓말을 하니 어떻게 해야 해요?"
교직생활 30여년이 넘은 나 역시 할말이 없어 "글쎄요…" 할 수밖에.
'혜진아, 정말 미안해. 선생님이 생각이 부족했구나.'
선생님도 미안할 일 없고 저 역시 엄마 앞에 마음 편하도록 거짓말을 한 혜진이. 이런 깜찍하고 기발한(?) 아이들을 장차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아주 어려운 숙제가 남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