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방학만큼은 어떤 연수도 받지 않고 휴식만을 취하겠다는 생각에 방학을 하자마자 평창으로 떠났다. 8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오페라와 함께 하는 문화관광 체험축제'에서는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해 강원도 평창의 용평폐교를 오페라 학교로 단장하고 네 편의 작품을 공연했다.
식전행사로 이 지역 농민들로 구성된 '둔전 농악놀이'가 흥겹게 열리고 단장님의 인사말과 함께 해설이 있은 후 막이 올랐다. 연이어 쏟아지는 비로 인해 객석인 운동장은 질퍽거렸지만 탈춤, 판소리, 오페라가 한데 어우러진 환상과 낭만의 축제였다.
오페라의 감동 못지 않게 더 큰 감동을 준 문화체험은 8월 한달 동안 열리는 '대화성당 예술제'였다. 미술전, 음악회, 감자축제로 구성돼 있는 이 성당 예술제의 하이라이트는 감자축제라 할 수 있다. 감자축제는 이 곳 성당에서만 볼 수 있는 흥겹고 값진 체험이었다. 삼굿, 메밀국수 체험, 감자 캐기, 맨손 송어잡기, 가훈 써주기, 산촌 트래킹, 봉숭아 물들이기, 계곡 물놀이 등의 행사가 펼쳐졌다.
삼굿은 구덩이를 파고 장작불 위에 맥반석 돌을 깐 다음 그 위에 음식들을 올리고 솔가지와 인진쑥으로 덮은 다음 흙을 다시 덮어 음식을 훈제로 쪄내는 것이라 한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모두들 흥미진진한 표정과 환호성으로 축제분위기를 돋군다. 송어 백 마리, 돼지 세 마리,
감자 옥수수가 백 상자라고 하니 그 양에 또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나오는 푸짐한 음식 앞에서 마음껏 먹고도 욕심을 부려 가져가는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인심에 잊혀져가던 한국인의 정서를 보는 듯 했다. 베푸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고 챙기기만 하는 도시 사람들에게 나눔의 미학을 보여주었다고 할까. 내년 축제에는 농민들의 수고로움을 알고 음식 대신 산지 농산물을 사가는 진정 나눔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봤다.
성당예술제의 문화체험이 값지고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의 정성과 희생이라고 생각한다. '성전에서 핀 예술'은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가슴에 따뜻함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 주었으리라. 내게도 어느 방학보다 가슴을 촉촉이 적셔준 의미 있고 값진 문화체험 연수였다. 해마다 여름 축제로 열린다고 하니 내년 여름방학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