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2일 오전 9시 경에는 일본 학생들과 교류회를 마치고 토요일로 날을 잡아 학교 관사를 뒤로 하고 이사하는 날이었다. 사실은 이곳 순천동산여중으로 올 때 생각은 마지막 이사가 되기를 소망하였으나 아직도 그런 이사가 아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이사가 열 다섯 번째가 된 것이다. 군인들이 직장을 따라 이사를 많이 하게 되는데 힘들다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들었지만 나도 그런 느낌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따라 직장을 옮겼지만 이사가 그렇게 쉬운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결혼전 가족이 없을 때는 쉽게 이불만 가지고도 가면 생활을 할 수 이었다. 그렇지만 가족이 생기면서 이사는 달라진다.
이처럼 이사를 많이 하다보니 그때 마다 배우는 것도 많아 좋은 경험으로 남게 된다. 이같은 이사 경험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환경이 매우 다르고 개인적 상황이 많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사를 자주 하게 되면서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수이다. 그렇지만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이사에 성공하려면 이삿짐을 옮기는 회사를 잘 만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나의 경우 장거리나, 해외생활을 위해 한국을 떠나는 이사와 일본에서도 이사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 것들을 몸으로 느낀 것이다.
처음 시작하는 일은 이사 회사의 결정이다. 대부분 인터넷을 통하여 검색을 한 후 평가가 그럴듯하게 맡길만한 회사를 택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 회사를 결정하여 실행하여 보면 현실과는 차이가 많음을 수차례 경험하였다. 70년대의 이사와 다르게 이제는 이사 방법도 많이 진보를 하였다. 예전에는 젊었기에 이삿짐도 많지 않아 조그만 용달차를 이용하여도 가능하였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장농을 가지고 이동하는 모습이 일상적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런 큰 장농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붙박이장이 거의 부착되어 있는 주택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는 이사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를 최소화 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이들의 책상과 책도 소중한 운반거리로 불어나게 된다. 이러한 시기는 무엇보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가족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우리 가족의 경우 1979년도 서울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아이들에게는 3년 후 일본으로 갈 계획을 이야기 하여 동의를 구하였다. 그러나 그 상황이 어떻게 힘들 것인가에 대하여는 생각하여 보지 않고 동의를 하였으리라 생각된다.
일본에서 이사 경험은 잊기가 어렵다. 일본 국내에서의 이사는 일하는 사람들의 서비스 자세가 보통이 아니다. 책장 하나를 옮기는 것도 전부 사진을 찍어 책 한 권까지도 원래 위치에 꽂아 넣는다. 그리고 방에서 이삿짐을 옮기려 할 때 작업을 할 신발을 따로 신는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사중 가장 역겨운 사실은 자신들의 신발이 아무리 깨끗하다 할지라도 그 신발은 세상의 온갖 것들을 접하면서 사용한 도구이다. 그럼에도 께끗한 방에 아무렇지도 않게 신발 신은채로 그대로 들어 와 이삿짐을 운반하는 모습이다.
이사짐을 포장하여 운반할 차에 싣는 것도 다양하다. 차곡차곡 정리하지 않으면 짐은 많은 부피를 차지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이사를 하면서는 큰 짐을 싣지도 않고서 짐이 가득하니 별도로 용달차를 불러야 하니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돈을 벌어 가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하나 하나 포장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며, 운반한 짐을 제 장소에 놓는 일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일본에서 광주까지 이사를 했는데도 작은 그릇하나만 파손될 정도로 완벽하게 포장을 잘 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이사는 방법도 매우 서툴게 보였다. 책도 아무렇게나 넣고 그릇도 조심성 없이 넣어 다시 정리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와 아끼는 그릇이 깨지기도 하였다. 마지막 정리하는 과정에서를 하면서도 청소하는 모습이 서툴게 보인다. 정성을 다하는가는 일 하는 자세를 보면 소비자는 알게 된다.
이같은 이사를 경험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분실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사실은 사진을 찍어 두는 일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 국내에서 박스 한 개를 분실하였는데 각종 표창 등 관련 자료가 든 것을 잃은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이를 배상 받는 일이란 결코 간단하지가 않아 포기를 하였다. 물론 내 자신이 그것을 하라면 두배의 비용을 준다해도 할 수 없는 정말 힘든 일이다.
이 과정을 통하여 많은 것을 버리고 정리하는 것을 배웠다. 결코 사용하지도 않을 것을 욕심때문에 가지고 다니는 어리석음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 지 사전에 점검하여 버리는 결단이 필요하다. 열 다섯 번이라는 많은 이사 과정에서 짐을 꾸리는 등 아내는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이 일을 하면서 조그만 불평은 하였지만 순수히 수행하는 그 마음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