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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사람사는 사회를 꿈꾼다면

현대사회는 양적인 것을 중요시 하며, 경제적 측면을 강조하는 사회이다. 그래서 스페셜리스트가 존경받기에 이 지위를 모두 차지하려 한다. 또, 한 가지 분야를 깊이 아는 사람이 대접받는다. 자기가 아는 분야 바깥의 다른 일은 전혀 몰라도 잘 살 수 있다. 때문에 어려서부터 사람들은 어떤 일의 ‘전문가’가 되려고 경쟁을 하며 전력투구한다. 그러면 ‘이 세상이 낙원이 될’까?

어떤 직업을 가졌건, 상황이 어떻건, 모든 사람이 제 분야만 생각하고 다른 분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세계를 상상해 보면 아찔하다. 스페셜리스트가 넘쳐나면 세상은 엉망이 될 테다. ‘오타쿠’의 세계에서는 군사 문제에만 빠진 사람, 정치에만 빠삭한 사람, 역사에만 빠삭한 사람을 ‘밀덕’ ‘정덕’ ‘역덕’이라 한다. 뭐, 나는 ‘오타쿠’를 싫어하지 않지만, 세상이 ‘덕’, ‘오타쿠’들로만 구성된다면 그 세상은 얼마나 황폐할 것인가.

김광규 시인이 지적한 '시와 정치의 사이, 정치와 경제의 사이, 경제와 노동의 사이, 노동과 법의 사이, - - 등, ' 이 사이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은 ‘휴지와/권력과/돈과/착취와/형무소와/폐허와/공해와/농약과/억압과/통계가//남을 뿐’이다. 왜냐고? 제가끔 자기 전문의 벽을 쌓고 들어앉아 있는 사회, 특정 분야의 지식(정보)들이 커다란 벽으로 막혀 있는 사회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소통도 안 되고 타인을 이해할 수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이건 분명히 사람사는 사회가 아니다.

옛 사람들은 어떤 일을 깊이 알지 못해도 세상일을 두루 알았다. 그처럼 제 세계에만 갇혀 있지 않고 열린 사람, 여러 분야를 두루 알면서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사람, 생각이 치우치지 않은 사람, 요컨대 ‘사이’의 사람이 도태된 사회를 시인은 조곤조곤 담담히 비판한다. 쉽게 읽히면서 숨은 뜻이 마음에 와 닿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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