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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서민층이 잘 살아야 기업도 번영하는데

지난 해는 우리에게 세월호 사건을 비롯하여 너무나 가혹한 한 해였다. 그러나 올해라고 이런 가혹함이 우리를 피해가는 것이 아니다. 연초부터 곳곳에서 일어나는 화재는 우리를 두렵게한다. 이미 어쩔 수 없이 피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 갖혀버린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같은 위험을 잘 피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이다.

갈수록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젊은이는 물론 노인들도 힘들다. 특히,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31.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위다 . 가장 큰 특징은 노인들의 자살이다. 60세 이상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60명이 넘고, 80세 이상은 100명이 넘는다. 청소년이 자살하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궁금해 하기도 한다. 사고가 나면 신문에 나오기라도 하지만 노인이 죽으면 면사무소 직원과 파출소 직원이 조용히 처리할 뿐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실정이다.

그들은 일단 가난하고, 가족이 없는 분들이다. 가끔 가족이 있어도 없느니만 못한 경우도 있다. 자녀들이 부모를 서로 안 모시려고 우리집에는 모실 방도 없다고, 나는 그동안 할 만큼 다 했다고, 장남이 무슨 죄 진 것 있냐고, 나도 물려받은 것 없다고 부모 면전에서 큰소리로 싸운다. 자살하는 노인은 자신이 자녀들의 걸림돌이 되어버린 것이 싫어 세상을 버리는 것이다.

나보다 더 젊은 50대들은 1970~1980년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이 직장에서 내몰리고 있다. 다시 오라는 곳도 없어 집을 지키거나 날마다 등산을 한다. 그들에게 꿈은 있는가? 올해 직장에서 퇴출된 백만 명의 베이비부머들은 산업화 시대의 역군이 되어가던 1970년대의 꿈을 상기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을 것이다. 직장을 찾지 못해 자신을 헐뜯고 있는 수십만 명의 청년들에겐 저 현란한 도시의 네온사인이 두렵기만 할 것이다.

지금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직장인들도 어디 마음이 놓이랴. 지난 주 종영된 인기 드라마 ‘미생’의 인간미 넘치는 상사 오 과장을 만나는 것은 천운이고, 혹 승진 경쟁을 뚫더라도 평균 백 대 일의 임원 등극은 아예 접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경제부총리를 경질해 묘수를 써봐도 얼어붙은 경기가 살아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매년 20만 명이 새로 진입하고 10만 명이 폐업하는 자영 업계는 이미 퇴직자를 탕진시키는 블랙홀로 정평이 난 터이다. 택시기사, 트럭기사, 택배기사들이 즐겁게 가로수를 누비던 시절은 이미 끝난듯하다.

그러나 그들의 자녀들은 아직도 자립을 못하고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해 대학으로, 대학원으로 가거나 1년 단기 어학연수를 가겠다며 부모에게 돈을 타 쓴다. 이런 삶의 모습은 선진국에서는 찾기 어렵다. 어려서부터 애지중지 온실에서 키운 화초가 찬 바람을 한번만 맞아도 시들고 만다. 앞으로 우리 자녀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은 칠전팔기가 보다 더 험한 세상이 기다릴지도 모른다. 힘든 세상이다보니 인턴 자리 하나 잡기가 어려운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규직을 얻지 못한 젊은 남자들이 사귀는 여자 친구에게 청혼을 못하는 현실이 슬퍼진다. 2013년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즉 합계 출산율은 1.19명이다. 한 국가의 인구를 현상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 2.1명에 한참 못 미친다. 국가에서는 출산 장려를 위해 2014년 14조 8927억원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결혼 문제는 출산 장려금 준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젊은 세대에게 일자리를 주면 결혼하지 말라고 해도 알아서 할 일인데, 생뚱맞게 불임클리닉을 지원하자는 주장을 들으면 그 돈마저 누가 가져 가려는지 씁쓸하다.

우리 부모 세대는 어느 정도 자녀들이 아파트를 사고, 자가용을 사고, 해외여행을 가는 모습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50대들은 자기 자녀가 자기보다 가난하게 살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 졸이고 있다. 내 자녀도 스스로 아빠보다 더 불행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우리가 이루어야 하는 사회는 재벌과 대기업과 상위 10%가 더 많이 가져가는 사회가 아니라, 국민 대다수인 90%가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서민층이 잘되어야 기업도 지속적으로 번영할 수 있다. 효율보다 공정성과 형평성과 분배의 정의가 앞서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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