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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이 좋은 계절에 허전한 이유는

요즘 함께 대학에 입학했던 친구들이 거의 퇴직을 하고 나니 만나는 기회도 뜸해지고 있다. 가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 나라 취업 환경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알 수 있다. 제대로 대학을 나왔어도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녀들이 자영업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누군가 말했다. “경제가 좀 좋아져야지. 아주 힘들어.”

그 말을 받아 말했다. “양극화 몰라? 경제가 좋아져도 안 돼. 장사 잘 될 수 없어.”

이는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이다. 우리 나라 전체 고용 인구 중 23%가 자영업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보다 7%포인트가 높다. 12%인 일본에 비해서는 11%포인트, 7%인 미국에 비해서는 무려 16%포인트가 높은 수치이다.

이로 보아 알 수 있는 것은 직업 생태계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즉 인구는 늘어나지 않으나 하나 있으면 될 치킨가게가 둘 셋이 들어서 서로 죽이기를 한다는 말이다. 그나마 지금은 많이 나아진 상태다. 인턴이다 시간제 고용이다 하여 일자리가 좀 늘어났다지만 크게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또 어렵다고들 하니 신규 진입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영업자의 비율이 30%를 넘었다.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새로 생긴 일자리라는 게 대개 월 70만∼80만 원 받는 일들이다. 게다가 청년 구직자가 100만 명 이상이다. 좀 된다 싶으면 너도나도 뛰어들게 돼 있다. 결국 장사가 돼도 죽고 안 돼도 죽는 판이다. 더욱이 대부분 사양 업종이다. 동네 문방구나 책방은 인터넷 상거래로 죽어가고 있다. 골목시장이나 동네 구멍가게는 대형 유통체인망의 입점으로 죽는다. 프랜차이즈 어쩌고 하지만 이 역시 수수료다 뭐다 하여 골병이 든다.

무엇으로 이 흐름을 막을 것인가. 법으로든 뭐든 막아봐야 잠시다. 결국은 넘어지고 자빠지고 한다.이러다 보니 그 형편이 말이 아니다. 자영업자의 가구소득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월 300만 원 정도이니 살기가 쉽지 않다.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오히려 크게 떨어진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이들 소득보다 뚝 떨어져 있던 임금근로자의 가구소득은 월 400만 원까지 올라와 있다. 역전도 보통 역전이 아니다.

제대로 못 벌었으니 빚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들이 진빚은 평균 1억2000만 원으로 임금 근로자들 빚 4000만 원의 3배에 이른다니 누가 믿을 것인가. 특히 1억8000만 원에 이르는 50대 베이비붐 세대의 빚은 위험 수준이다. 많기도 하지만 늘어나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18.5%가 늘어났다. 그러고도 자영업자 부도의 절반이 이들 세대의 것이었다.

이런 판에 노후 대책인들 제대로 할 수 없다. 자영업자의 30%가 국민연금조차 들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도 베이비붐 세대의 가입률은 더 떨어져 있다. 이들의 ‘실버 빈곤’이 머지않아 나라를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왜 이렇게 이 힘든 자영업에 매달려 있는가? 한 조사에 따르면 90%가 먹고 살자니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달리 일할 자리도 없고 사회적 안전망도 허술하니 어찌하겠나. 그대로 앉아 죽을 순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말 딱한 현실이다.

유럽 국가들 같으면 은퇴를 하거나, 아니면 실업상태에 머물며 재교육이나 재훈련을 받고 있어야 할 사람들까지 이렇게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까먹으며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물어도 답이 없다. “개인이 어쩌고 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국가가 잘 해야지.” 그렇다. 일차적인 책임은 국가에 있다. 일자리다운 일자리를 만들고, 재교육 재훈련 체계 강화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제대로 갖추는 일, 이 모두가 국가의 일이다.

국가? 어떤 국가 말인가. 이런저런 문제 다 내팽개치고 세월호 참사 후 협상에 실패하고 국회 문을 닫고 있는 그런 국가 는 아니다.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구멍은 내 가슴에만 나 있지 않았다. 둘러앉은 모두의 가슴 속에 나 있었다. 그 구멍 뚫린 가슴으로 하늘을 보자. 이 좋은 결실의 계절에 왜 이렇게 허전함이 마음에 스며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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