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ECD 회원국 등 43개국 만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제학생평가(PISA)에서 읽기, 수학, 과학과목의 학습능력을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의 평균 성취도가 과학 1위, 수학 3위, 읽기 6위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위 5% 학생들의 학습능력은 과학 5위, 수학 6위에 그친 데다 읽기는 21위로 뚝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1일 OECD와 유네스코가 2000년, 2001년 실시한 '국제학생평가 프로그램'(PISA)의 결과를 담아 발표한 '미래세계의 학습능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은 과학에서 552점을 기록, 일본(550점)에 앞서며 선두를 차지했다.
수학 능력에서는 홍콩이 가장 우수했으며 일본, 한국(3위), 뉴질랜드, 핀란드가 뒤를 이었다. 또 읽기 능력에서는 핀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아일랜드, 홍콩에 이어 7위에 올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곽영순 부연구위원은 "2001년 검사에 홍콩이 참여하면서 우리나라는 수학 전체 성취도 순위가 당초 2위에서 3위로 떨어졌고 상위 5%의 수학 능력이 5위에서 6위로, 읽기 능력은 20위에서 21위로 한 단계씩 내려앉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곽 부연구위원은 "읽기 영역의 경우 최고 수준인 5수준에 도달한 학생 비율도 홍콩은 9.5%에 달하는 반면 우리는 5.7%에 불과했다"며 "PISA 1차 평가가 읽기 위주의 평가였다는 점에서도 우리 상위권 학생들의 읽기 성적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고서는 "학생 1명당 지출되는 교육비가 많을수록 학업성취도가 높았지만 예외적으로 이탈리아는 한국에 비해 학생 1인당 2배의 비용을 쓰면서 학습능력은 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각 국가와 가정의 소득보다 체계적인 교육제도가 학생 개인의 학업성취도에 더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결과는=이번에 제시된 각국 학생들의 과학, 수학, 읽기 성취도는 사실 2000, 2001년 치러진 '국제학생평가 프로그램'(PISA=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의 결과다.
PISA는 학교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장차 사회에 나가 생산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는가를 점검하는 국제비교평가로 OECD가 주관하고 있다.
이 평가는 각국의 15세 학생(우리는 고1) 4500명∼1만 명을 대상으로 치르며, 2000년을 1차 평가 연도로 2003년, 2006년에 한 번씩, 3년 단위로 모두 세 차례의 정기평가가 실시된다.
하지만 시행 첫해인 2000년에 PISA 본검사에 참여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 핀란드, 호주 등 OECD 회원 28개국과 비회원 4개국 등 32개국만이 참여했다. 이 중 평가방법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된 네덜란드가 누락돼 31개국에 대한 결과 분석이 2001년 말 OECD에 의해 발표됐다. 그 결과 우리나라 전체 고교생의 과학, 수학, 읽기 성취도는 31개국 중 각각 1위, 2위, 6위로 나타났다.
하지만 당시 초점이 된 결과는 우리나라 최상위 5% 학생들의 성취도가 읽기의 경우 하위권인 20위로 떨어졌고, 수학과 과학이 5위로 내려앉았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학생 전체 학업성취도가 읽기 6위, 수학 1위, 과학 2위로 우리와 비슷한 일본은 최상위 5% 학생의 성취도에서 읽기 13위,
수학 2위, 과학 1위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또 읽기의 5가지 수준 중 최상위에 속하는 5수준에 도달한 국내 학생 비율은 5.7%에 불과해 뉴질랜드(19%), 핀란드와 호주(18%), 영국(16%)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고, 우리보다 전체 평균이 떨어지는 미국, 아일랜드, 벨기에, 스웨덴 등도 5수준에 해당하는 학생 비율이 우리보다 2배나 높았다.
교육전문가들은 이런 결과에 대해 "평준화의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우리 교육이 범재 양성에는 성공했지만 수재를 길러내는 수월성 교육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OECD가 "한 나라의 경쟁력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재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밝힌 점에서 볼 때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다.
2001년에는 2000년 본검사에 미처 참여하지 못했던 홍콩, 아르헨티나 등 11개국의 추가로 시험을 치렀다. 그리고 OECD는 31개국에 10개국(루마니아 누락)의 PISA 검사결과까지 담은 '미래세계의 학습능력'을 발표한 것이다.
나귀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은 "이번 결과는 꼴찌도 없지만 두뇌도 없다는 우리의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며 "전체 평균을 강조하고 만족해하기보다는 최상위권 학생들의 부진에 주목하고 국가적 두뇌 양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PISA 2차 시험이 지난 6월 전세계에서 치러졌다. 우리나라는 150개 학교 고1 학생 5600명이 참여했다. 각국은 2차 평가자료를 10월까지 OECD에 보내게 되며, 이를 종합분석한 2차 PISA 결과는 내년 12월에 나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