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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중국에서 온 편지


해외에서 온 듯한 편지봉투를 든 학부형 한명이 물어물어 내가 근무하는 학교를 찾아왔다. 11년 전 내가 가르쳤던 2학년 학생의 어머니였다.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이야기인즉 고2 때 중국으로 유학간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 말씀이 너무 잘 맞는다며 방학 땐 꼭 만나볼 수 있도록 찾아보라 부탁했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가져온 편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선생님은 우리 반 모두에게 항상 먼저 아침인사를 해주셨고 하루 한번씩은 꼭 양쪽 손목을 쥐고 '너는 먼 훗날 무슨 일을 하고 싶니?'라고 물어보신 후 '넌 참 훌륭한 일을 하려고 하네. 선생님이 보기에 넌 꼭 그런 사람이 되겠어. 선생님은 믿는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남의 나라에 와있으니 선생님이 더 생각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일곱 살에 나를 만나 스물 한 살이 된 지금까지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니, 때묻지 않은 동심에는 좋은 씨앗만 뿌려놓으면 싹이 튼튼하게 자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아이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아 좀 미안스러웠고 스스로 반성도 했다. 하지만 그 아이의 글은 나를 놀라게 했다.

2학년 때 선생님이 "민호야, 넌 키도 크고 눈도 크니깐 한국에서 공부를 많이 하고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면 크게 성공할거야. 네가 대학교에 갈땐 중국의 힘이 매우 세질 걸? 넌 커서 중국에 가서 공부해보렴, 성공할거야. 혹시 내 말이 맞으면 연락하고"라고 한 말을 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자기가 결혼할 때 나더러 주례를 서달라는 그 아이의 부탁이었다. 여자인, 그리고 쉰이 훨씬 넘은 평교사인 나에게….

'민호야, 이제부터라도 너의 참된 선생님이 되고 싶어. 그리고 너를 분명히 기억하겠다고 약속하마. 정말 미안하고 꼭 건강해야 한다.'

몇 년 후가 될지 몰라도 민호가 부탁한 주례를 맡기 위해 지금부터 주례사를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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