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벌써 6월의 문턱에서 조금은 더위를 느낄 수 있는 계절이 되었구나. 지난 번에 배우고 있는 교과서에 나온 시를 찾아서 외우는 노력을 해 보라고 권유를 하였는데 어느 정도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교장 선생님이 알고 있는 서울대 명예교수이시고 전 러시아 대사를 역임하신 이인호 선생님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날이 며칠 안 남은 1956년, 한참 마음이 산란할 때 선배 한 분이 미국 유학 축하 선물이라고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선물로 받았단다.
그 당시 이인호 선생님은 친척 언니 소개로 입학원서를 내 본 명문 웰슬리 대학에서 생활비까지 포함된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니 놓치기는 너무 아까운 기회라 서울대를 중퇴하고 생소한 곳으로 가기로 했지만 얼마나 불안하였는지 모른다. 그 무렵은 우리 나라와 미국 사이의 경제 수준이나 문화적 차이는 엄청났었지. 한 해 수업료와 기숙사비가 2000달러인 학교로 가면서 이 선생님이 공식적으로 환전해 가지고 나갈 수 있는 돈은 겨우 50 달러뿐이었으니 돈 문제는 물론 공부를 따라갈 수 있을까 겁도 났다고 한다.
그 혼돈의 시절에 선물로 받은 윤동주의 ‘서시’는 선생님이 이런저런 잡다한 걱정을 접어두고 무엇이 되는 것보다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니 시의 힘은 대단한 것이라 생각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1917~45) ‘서시’
선생님은 어려운 고비가 닥칠 때마다 이 시를 읽고 또 읽었으며, ‘서시’는 대학을 졸업할 때 진로와 관련해 아버지가 하신 말씀, “나는 네 판단력을 믿는다. 다만 한 가지, 너는 한국의 딸이라는 사실만 잊지 마라”와 함께 평생 그분의 삶의 길잡이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머리가 좋을 때 한참 기억하기 좋은 시기에 좋은 시를 외워두면 때로 네가 유학을 가든지, 아니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당할 때도 너의게 등대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교장 선생님이 학교 다닐 때는 감히 유학을 꿈도 꾸지 못하였지만 지금은 많은 길이 열려 있으니 그 기회를 잡기 위하여 노력한다면 결코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큰 꿈을 꾸기 바란다. 꾸준히 아침에 일찍 등교하여 걷기도 하고 자신을 갈고 닦아 멋진 삶을 살아가길 교장 선생님은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