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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지영아, 너의 행동 뒤에는 뇌가 숨어 있다

오늘 아침 비교적 일찍 등교하면서 과자를 입에 물고 손에 들고 온 학생들이 있었다. 아마 십중 팔구는 아침 밥을 안 먹은 학생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오늘의 행동은 한 번에 이뤄진 것이 아닐 것임에 틀림이 없다. 뇌는 갑자기 하지 않았던 것을 하기 싫어하는 성질이 있다. 한 마디로 뇌는 늘 해오던 방식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한참 성장하는 시기에 충분한 영향을 섭취하여야 할 아이들이 열량이 높은 좋지 않은 과자를 먹는 습관은 장래의 건강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불 꺼진 방에서 학생을 찾아 다닌 선생님이 있다. 시청각장애인을 돌보는 교사인 미트 필이다. 이 학교는 평소에 불을 켤 필요가 없다. 아이들이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학생 한 명이 사라진 걸 안 필은 황급히 기숙사를 뒤지기 시작했다. 몇 시간 동안 찾아도 없어 학교 밖까지 나가봤다. 그러던 중 갑자기 정신이 든 필, 학생 방에 들어가 불을 켰다. 없어졌던 아이는 거기 침대에 누워 편안히 쉬고 있었다.

좀 모자라 보이지만, 필은 멘사 회원이다. 학교엔 늘 불을 꺼놨기 때문에 불 켤 생각을 못 했다. 이 같은 행동에 대하여 데이비드 디살보는 “뇌 때문이다”라고 진단한다.

이처럼 우리를 속이고 바보로 만드는 것이 뇌이다. 일반적으로 뇌는 지식·지혜를 책임지는 기관으로만 생각하지만, 사실은 저 편한 대로 작동하는 기관이 뇌다. 작동이 간편하도록 규칙을 세우고, 노력은 최소한만 들이려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위험을 줄이고 피해를 방지하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이 겪은 것처럼 다급한 상황에서 ‘불을 켜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뇌는 늘 해 오던 방식을 추구할 뿐 아니라 게으르다. 전문적인 연구에 의하면 깨어있는 시간 중 46%는 딴 생각을 하기도 하고 핑계도 잘 댄다. 나쁜 일이 생기면 어디에서라도 원인을 찾으려 애쓴다. 아이들에게 꾸중을 하면 즉각적으로 변명 이유를 대는 것도 뇌가 반응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중의 하나이다. 아침에 잘못한 행동도 교장 선생님에게 걸린 게 재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또한, 사실보다 이야기에 쉽게 끌리기도 한다. ‘BMW를 강렬히 가지고 싶어하면 언젠가 가지게 된다’는 식의 스토리를 뇌는 마음에 들어 한다. 건강식품을 파는 상인들이 노인들을 유혹하는 말은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과학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다살보는 '나는 결심하지만 뇌는 비웃는다'라는 책에서 뇌에 대한 다섯 가지 대표적 오해를 이야기 하고 있다. 발전적이고 치밀하며, 성실하고 주도적이고 스마트하다는 건 뇌에 대한 환상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뇌를 이기는 방법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뇌가 자만하지 않도록 목표를 쪼개서 잡고, 성취할 때마다 즉각적인 피드백을 줘야 한다.

훈계조의 자기계발서 때문에 ‘내 의지가 문제’라며 고민했던 사람이라면 저자의 주장을 위안 삼을 만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뇌에 대한 과학적 이해이지 태도에 대한 조언이 아니다”라는 목소리다. 지금까지 하지 않던 일을 쉽게 잘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뇌가 그렇게 우리를 운전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너의 행동이 익숙한 행동인가 아니면 낯설은 행동인가를 잘 생각하면서 뇌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판단하는 관점이 있다면 너의 삶은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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