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밥 먹고 사는 일이 쉽지가 않다. 세상이 급속하게 변하면서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이 세상에는 밥그릇을 찾기 위하여 어려운 일을 당하고 참아내는 사람들이 많다. 밥 그릇은 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직 어리지만 필자가 만난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은 '밥값을 하기 위하여 공부한다'고 했다. 그만큼 밥이 중요하다. 이미 우리 선조들은 삶을 통하여 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래서 동학은 밥이 하늘이라고 했고 하늘이 사람이고, 하늘이 밥이라 주장하였는데 오늘날도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크리스마스, '기쁘다 구주 오셨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가 있기를 기원하면서 성당과 교회를 통하여 찬송가가 들려온다.하지만 기쁘지도 않고 평안하지도 않은 사람들, 힘든 사람들이 많이 있어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서 교황 프란치스코는 '지금의 삶이 힘들지만 두려워 말라고 했다. 일자리가 없으면 인간의 존엄성도 없다."고 했다. 그는 "주님 우리에게 일자리를 주소서 우리에게 일자리를 위해 싸우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라고 기도했다. 우리에게 밥을 주소서 우리에게 밥을 얻기 위해 싸우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와 같은 말이다. '밥을 위한 일자리를 위한 싸움'은 하늘의 뜻이고 사람이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는 의미이다. 이는 머리띠를 두르고 하는 싸움만이 아닌 책상위에서 싸우는 싸움이 더 진정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
이 세상이 힘든 것은 밥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밥을 더 많이 받으려는 욕망 때문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이러한 세상은 국가간에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런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모델이 될 사람이 있다. 그는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의 포수이자 4번타자 아베 신노스케이다. 그는 이승엽이 요미우리팀에 있을 때 가장 가까이서 지낸 선수중의 한 사람으로 한국어도 꽤나 알고 있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호감도 좋다는 것이다.
일본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 호치'는 24일 “아베가 요미우리 구단이 제시한 6억2000만엔(64억3000만원)을 고사하고, 6억엔(61억2000만원)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아베에게 2002년 마쓰이 히데키(39·은퇴)가 받은 6억1000만엔을 뛰어넘는 역대 일본인 야수 최고 연봉 6억2000만엔을 제시했다. 하지만 올해 연봉 5억7000만엔을 받은 아베는 스스로 상승 폭을 낮춰 내년 연봉을 6억엔으로 낮춰 제시했다.
아베의 이런 결정은 일본 시리즈 부진과 야수 최고 연봉 기록을 가지고 있는 마쓰이에 대한 존경심에서 나온 것이다. 이 신문은 23일 구단 관계자와 만난 아베가 “팀이 일본시리즈에서 졌기 때문에 내년에 동기 부여가 필요하고, 더욱 분발해서 내년 일본시리즈 우승을 거둔 뒤 받아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단순히 연봉에만 급급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살아가는 스포츠맨 정신이 살아있는 선수이다.
아베는 평소 팀에 대한 선수의 책임을 강조해 왔다. 프로 선수가 팀의 성적을 책임지지 못하면 당연히 그만큼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아베는 2009년 매년 성적에 따라 연봉이 증감하는 변동제 연봉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은 새롭게 2년 계약을 맺고 변동 연봉제를 이어가고 있다. 아베는 “다년 연봉 계약을 맺으면 나태해진다. 1년씩 승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진했다면 이듬 해에 똑같은 금액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지론을 펼쳐왔다.
그런가하면 우리 나라 공공기관의 개혁 논란이 문제가 되고 있다. 방만 경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도 창립 기념일 명목으로 축하금 지급, 자녀 입학축하금, 특목고 진학 자녀 수업료 전액 지원, 직계가족 병원비 감면 등 세상 어느 누구가 보아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현실이라면 이는 정상적인 시스템은 아닌 것 같다. 누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갈 것인가? 그 조직 스스로 가능할 것인가 의문이 간다.
일본의 야구 선수 아베처럼 스스로 경영 성적을 책임지지 못하면 스스로 연봉을 낮춰받을 수 있는 공공기관의 경영자를 만나보는 일이 어렵다면 이 세상 모든 곳에서 갈등은 더욱 증폭되어 갈 것이다. 어디 공공기관 뿐이겠는가? 모든 조직이 마찬가지이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과연 내가 하는 일을 통하여 밥값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묻는 자성이 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추운 겨울, 밥을 찾아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싸우는 모든 사람에게 축복이 내리고 그럼으로써 이 땅엔 평화 하늘엔 영광이 있기를…. 따뜻한 밥 한 그릇, 따뜻한 옷 한 벌, 따뜻하게 몸을 누일 곳, 그것으로 모두가 족하기를 기원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