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학교인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하여 지나온 세월이 어느덧 3년이 흘러간다. 전남의 무지개학교, 각각의 다양한 빛깔을 살리면서도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작은 세상인 학교는 새 학교가 아닌 새로운 학교이다. 새로운 학교는 학교 구성원들이 소통과 협력을 통하여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하여 의지를 모아 만들어 가는 학교이다.
17일 11시부터 영암교육청(교육장 장동연) 관내 초중등 교감 연수단 40며명이 본교를 찾았다. 실천 가능한 좋은 사례를 배우기 위해서이다. 본교는 학생중심의 학교운영을 실천하기 위하여 교육의 본질인 '학생들의 배움'을 강조하는 철학을 기본으로 한다. 시작때는 미미한 출발이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나간 지금 아이들은 보고 느낀 것을 진솔하게 변화를 이야기 한다. 1학년때부터의 학교생활을 정리한 그 한토막을 전하고자 한다.
일곱 빛깔과 함께한 3년을 되돌아 본다. 2011년 3월 2일 중학생으로서의 첫 날, 나의 광양여중 생활은 선후배간의 인사로 시작했다.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던 그 때에 서로 했던 그 인사에는 낯선 선배님들의 격려와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다짐이 담겨있었다. 그 뒤로 나는 사제 간의 배려, 선후배간의 존중, 학교에 대한 즐거움으로 가득 찬, 생각만 해도 신이 나는 3년을 보냈다.
광양여중은 선도부가 교문 앞에 서서 딱딱한 얼굴로 나를 반기는 대신, 정문에 붙어있는 반짝이는 무지개학교 문패와 인사하는 선생님이 나를 맞았다. ‘무지개학교’라고?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입학한 첫날부터 시작된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홍보활동이 이에 대해 무지했던 우리가 이 학교의 주체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는 우리의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었고 다양한 활동들을 스스로 계획하고 추진해나가는 ‘학생자치’나 ‘스포츠 활동’등의 활성화를 불러왔다.
거의 매주 시행되는 스포츠관련 활동들은 ‘스포츠 위원회’가 중심이 되어서 이루어졌다. ‘토요 Sports Day’는 누구나 참가하여 스포츠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고, 중간놀이시간에 이루어지는 각종 이벤트나 경기들은 다양한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으로 체육활동이 진흥되는 효과를 보았다. 또한 학생자치로 이루어진 다양한 행사들도 학교구성원들을 통합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 중에서도 학생들이 직접 계획하고 준비한 ‘스승의 날 감사 행사’는 전교생이 참여한 UCC와 다양한 동아리들의 참여로 더욱 빛이 났던 행사였다. 2013학년도는 용의복장규정 개정이 있던 해였는데, 이 또한 학생들의 의견을 작은 단위부터 큰 단위로 수렴하여 선생님과 학부모님, 학생의 의견이 함께 반영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무지개학교로서의 차별화된 모습은 학교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과수업에서 더 뚜렷이 나타났다. 내가 입학했을 때부터 학생들 사이에서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 배움의 공동체 수업이 이루어졌다. 이는 선생님들이 혼자 설명하고 우리가 받아 적는 강의식 교육이 아닌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수업이다. 교실의 책상 배치도 모두가 정면을 응시하는 대신에 서로가 서로를 마주하며 토의할 수 있는 ‘ㄷ’자 형, 또는 모둠수업에 용이한 ‘4인 1조’ 형태로 배치했다.
교장선생님 또한 학교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과수업이 지루하고 따분하기만 하다면 왜 학교에 오겠느냐고 하시며 '배움의 공동체 수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처음에는 이 수업방식이 조금은 어색했었다. 도리어 이런 수업 형태를 좋은 기회로 삼아 친구들과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모습도 초반에는 종종 포착 되었다. 그럴 때면 선생님들은 호된 꾸지람보다도 이런 수업형태에 어색해하는 우리를 잘 타이르고 격려해주셨다.
1학년 때의 국어선생님 말씀을 빌리자면, 배움의 공동체 수업이 정착되어 많은 학교들이 롤 모델로 삼는 한 학교도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었다. 우리 학교 또한 그랬다. 하지만 시행한지 2년째 된 해부터는 전근해 오시는 선생님들을 포함한 방문 손님들의 칭찬 사례가 이어졌다. 그리고 서로의 변화를 차츰 느낄 수 있었다.
3년간 계속 함께 했던 ‘무지개학교’여서 그 가치가 당연하다고 여겨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따분했을 3년이 내게는 멋진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우리학교가 무지개학교라는 타이틀만을 가지고 있어서도 아니고 내가 잘나서 그런 것도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쁨이 되고 성공적인 무지개학교 사례로 남게 된 것은 모두의 관심과 참여, 뒤에서 노력하셨을 많은 분들의 공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청소년기의 절반을 보낸 이 학교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즐겁게 배우고 꿈을 가꾸며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우리학교의 졸업생이 될 내 자신에 벌써부터 뿌듯하고 자랑스러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