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미남형으로 미국 정치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최대 실책은 1961년 쿠바 피그스만 침공을 하였는데 이때 쿠바인이 봉기를 일으킬 것이라는 정보에 근거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때 쿠바에는 아무런 봉기가 없었다. 1950년 한반도에서도 이같은 일이 있었다. 북한의 김일성이 남침을 결심하게 된 배경의 하나도 남침을 하면 남한 민중들이 봉기를 일으켜 그들에 동조할 것이라는 박헌영의 판단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미국도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 무기를 갖고 있다는 정보에 근거해 이라크를 침략했다. 그러나 막상 뚜겅을 열어 결과를 보니 모두 정보 실패가 초래한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정보는 정책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정보수집이 중요하다. 어떤 사항에 대해 함부로 안다고 자신하면 큰 피해를 가져오게 되는데 이 피해는 다른 사람들이 보게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분야가 어찌 국제분야나 정치에서만 일어나고 있겠는가? 핀란드 교육청장인 에르키 아호의 '핀란드의 가장 큰 자산은 사람들의 머리'란 말이 뇌를 스쳐 간다. 그만큼 사람들의 머리를 다루는 교육이 소홀하게 취급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우리가 가까이 접하는 교육현장에서 수없이 나타났고 그 피해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김대중 정부의 갑작스런 교원정년 단축으로 교단의 혼란을 초래하였으며, 그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다. 최근에 교육정책 분야에서 이루어진 집중 이수제 또한 충분한 검토와 연구의 부족으로 현장에 도입된 결과 실시상 어려움이 많아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하고, 이제 원상 복구하느라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 발동을 걸기 시작한 자유학기제는 더 조급하게 현장에 밀물처럼 달려들고 있다. 교육부 차관이 직접 현장의 교장들을 만나 설득을 하는 등 그 노력이 대단하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를 수개월 동안 연구 실천한 학교들의 어려움은 제대로 정보로 전달되지 않고 성공한 사례만 나오고 있다. 이를 근거로 앞으로 머지 않아 전 중학교에서 실시된다고 하니 참으로 염려스럽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학기제 실시를 한 실무 담당자는 물론 학교 관계자. 장학진은 정확한 정보를 학교와 교육 행정기관에 솔직하게 전달할 중대한 책무가 있다. 또, 어리석은 재주꾼들에 의하여 수행된 밀어부치기식 정책연구는 또 한번 교육 현장을 힘들게 할 것 같다. 현장의 실제적 문제점이 누락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는 이런 대화가 있다. “저를 아세요?” “그럼요, 아주 잘 알지요.” 교육현장의 숨소리를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밀어 붙이는 자유학기제 실시는 혼란을 자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영화에서 고현정이 김태우에게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그래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딱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이제 정말로 대통령의 공약인 '행복 교육'을 위해서 추진하는 것이 목표라면, 교육현장을 아는 만큼만 안다고 말하는 교육관료가 제대로 된 정책 정보를 전달하였으면 하는 소망이다. 절대로 교육은 몇 사람만의 연구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