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에게나 욕심이 있다. 그 욕심 가운데 하나가 권력을 잡는 일이다. 권력을 잡기 위해 정치전선에 뛰어든다. 왠만한 정치 지망생이라면 가끔은 자기가 정치를 하면 이러저러한 일을 해 보겠다는 생각을 가져본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정치인이 되기 어렵다는 것은 정치를 하는 사람에게는 네가지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는데, 첫째는 절륜한 건강이오, 둘째는 돈이오, 세째는 용기이며, 네째는 원만한 가족관계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중 하나만 결여되어 있어도 정치가로서는 잘 하면 국회의원 한 자리는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이상의 큰 일을 한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인간의 역사는 지속적으로 인권이 존중되고 자유가 보장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것이 역사의 거대한 흐름임을 믿는다. 우리 시대를 상징하는 거인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5일 밤(현지시각) 지상에서의 의무를 다하고 영면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세상에 파도처럼 전해졌다. 영웅을 잃은 세계는 슬픔에 잠겼다. 이에 각국의 지도자들은 최대의 경의로 만델라를 추모했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자신이 속한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을 다 마쳤다면 그는 평안하게 안식을 취할 수 있다. 나는 그런 노력을 했다고 믿고 있고 그래서 영원히 잠잘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자신의 말을 남겼다.
그의 삶은 자신의 책 제목처럼 ‘투쟁은 나의 삶’이자 ‘자유를 향한 긴 여정’이었다. 젊은 시절 엘리트 코스를 밟던 그는 안정된 길 대신 백인 정권의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철폐하기 위한 투쟁에 뛰어든 것이다. 처음 흑인 법률사무소를 연 1952년에는 전국적인 불복종 저항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민권 운동의 지도적 인물로 부상했다. 이후 지하 무장 조직의 초대 책임자로 임명된 그는 64년 체포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90년까지 무려 26년 동안 복역하였다. 하지만 그가 장기간의 감옥살이 속에서도 살아있게 된 것은 바로 미움을 비우고 미래 국가를 위한 비전과 꿈을 이루고 말겠다는 노력 덕분에 탁월한 건강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또한, 바깥 세상과 단절된 이 기간에도 그는 자기 정진을 통해 내적인 힘과 외적인 권위를 키워 민중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는 지도자로 성장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서거를 접한 '로이터'는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만델라는 아프리카 지역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에 큰 영감을 준 정치가로 기억 될 것이다. 그는 권력을 이용하여 반대자를 숙청할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진실화해위원회'를 설치하여 화해의 정치를 실천한 것이다. 이 모델은 부끄러운 과거사를 청산해야 하는 세계 여러 나라에 좋은 본보기가 됐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화해의 정치’를 실천한 그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던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난 것은 바로 그의 용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의 꿈이 남아공에서 아직 온전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국민의 80%를 차지하는 흑인은 여전히 가난에 허덕이고 있어 흑백 화합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해 8월에는 광산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 집회를 경찰이 강제 해산하면서 실탄을 발사해 34명이 숨지기도 했다. 남아공은 아직도 법률·제도적인 차별 철폐를 넘어 사회·경제적인 평등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만델라의 성취가 혼자만의 것은 아니지만 ‘정의는 반드시 이뤄진다’는 그의 뚜렷한 역사관과 ‘흑인과 백인이 평화적으로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믿음을 그의 조국에 심고 싶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같은 그의 정치 역정은 여러 요인으로 갈라진 지구촌에서, 작게는 국가 안에서 크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 국가간에 실천해야 할 중요한 과제를 던진 것이다.
만델라가 남긴 유산은 그의 사후 인류는 증오의 과거를 화해로 포용하는 법을 알게 되었고, 독재의 유혹을 떨치고 고요한 삶으로 물러서는 용기를 이해하게 되었지 않나 생각된다. 바로 보복 아닌 용서, 정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의 장례식을 지켜보면서 우리 과거사를 되돌아보고 이 나라의 정치 지도자들이 마음 깊이 담아야 할 소중한 가치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