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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자식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택하게 응원하는 역할을

1학기도 이제 오늘이면 마감하게 됩니다. 무더운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다행히 방학에 들어가게 된 것 같습니다. 지난 학기 동안 아이 때문에 많이 속상하셨을텐데 이것도 인간이 살아가는데 겪어야 할 홍역이라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이처럼 아이와 부모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강’이 흐릅니다. 때로 그 강은 아이와 부모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와 부모는 그 강 위에 ‘가족의 배’를 띄우고 함께 가는 존재가 아닐까요. 아이의 욕망과 부모의 욕망이 비슷하다면 순항하겠지만 아이가 부모의 욕망을 채우지 못하거나 부모의 욕망을 아이에게 강요할 경우 기우뚱거리거나 격랑 속으로 빠져들 수 있을 것 입니다. 아이와 부모 사이에 벌어지는 불행의 대부분은 자녀에게 부모 자신의 욕망을 과다 투여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됩니다.

한 학부모의 경우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부모가 ‘응원’해준 사례를 전해 드립니다.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자기 아들에게 과학적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체계적인 공부를 시켜 과학분야를 전공하기를 바라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아이는 자기의  길을 가겠다면 전문대학을 택했지요. 그래서 “부모로서 아쉬움은 있지만 아들이 자신만의 적성을 살려 대학에 진학해 오히려 잘 된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그러나 지난 해에 딸 때문에 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답니다. 중2년생인 딸이 신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자퇴를 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지요. 딸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학교에 가기 싫어했고 또래 아이들과 사귀기 조차 거부했어요. 이런 스트레스로 인해 체중이 점점 불기 시작했고 결국 자퇴를 했어요.

남편과 함께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딸은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작가가 되겠다는 딸의 다짐에 이들 부부도 흔쾌히 응원해 주었답니다. 딸은 중1 때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평등은 서로에게 가닿는 손끝’이라는 제목으로 양성평등을 다룬 글로 대상을 탄 경험이 있답니다.

“평등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어렵겠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건 어떨까. 그들의 모든 걸 이해하라는 게 아니다. 단지 자신의 기준을 조금 그들을 향해 휘어보는 건 어떨까. 진정한 평등은, 그런 배려라 생각되지 않을 만큼의 작은 배려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중1 소녀의 글로서는 꽤 수준급으로, 학교 부적응의 경험이 글에 오롯이 녹아 있습니다. 남들처럼 학교에 다니면서 아이가 작가로서 재능을 키워나가기를 바랐던 이들 부부는 이때 ‘자녀를 이길 수 없다. 자녀를 이기려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격언이 떠올라서 결국 부모의 욕망을 접고 아이의 자퇴를 받아들였답니다.

딸은 작년 상반기에 엄청나게 몸무게가 불었는데 학교 부적응 스트레스 때문이랍니다. 자퇴 후에 몇 개월에 걸쳐 코치에게 운동을 배웠는데 몸무게를 무려 20㎏이나 줄이고, 지금은 검정고시 준비에 한창이랍니다. 틈틈이 습작도 열심히 해 지난 겨울에는 청소년 사이버백일장에 도전해 보기도 했답니다. 딸은 소설가가 꿈이었지만 요즘에는 게임시나리오 작가로 바뀌었다네요. 그의 롤 모델은 게임 ‘아키에이지’의 작가 전민희로 전 작가의 문체와 캐릭터성을 좋아한답니다. 이제 딸은 “게임은 소설과 달리 직접 플레이를 하면서 체험을 주고받을 수 있어 더 감동적이라네요. 게이머들과 그런 교감을 나누고 싶어 게임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한답니다.

아버지는 “딸이 정규 학교에 다니면서 자신의 꿈을 키워갔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그 역시 부모의 욕망이다”라면서 “그래도 자퇴 후에 몸무게도 빠지고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고 더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남매의 성장을 보면서 자녀들이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찾아가는 데 부모의 응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삶을 만드는 것은 이처럼 의외로 간단한 것 같습니다. 아이와 부모의 욕망 사이에 전선이 형성될 때 가장 힘든 일은 ‘부모의 욕망’을 먼저 내려놓는 것이 아닐런지요. 부모의 욕망을 자식에게 강요하지 않으면 자녀는 자신의 길을 찾아갈 것 같습니다. 자식은 자식으로 자신만의 길을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부모는 다만 자녀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그 길을 제대로 가게 응원을 해주는 역할을 하는 선에서 그쳐야 할 것 같습니다. 자녀를 이기려고 하면 부모도 자녀도 모두 불행해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면서 좀 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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