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려 벽 쌓기에 열중하는 그대여 허리춤 지나 어깨 넘어서니까 마음 좀 편해졌습니까 원래 벽이란 놈이 눈치가 빨라서 덧난 상처도 만져주고 힘든 세상 위로도 해주지요 요즘도 벽 쌓기에 정신없는 그대여 저만치 어깨지나 머리 위까지 올리니 세상 좀 조용해졌습니까 굳게 문 걸어 놓으니 답답한 심사 잠잠해졌습니까
등을 돌려 시선을 피하는 것도 부족한 나는 언제부턴가 하나 둘 나를 둘러쌀 나만의 이야기를 벽돌삼아 벽을 쌓았다. 나를 아프게 한 그들을 향한 나의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큰 위안이다. 나를 아프게 한 그들을 향한 나의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큰 그늘이다.
등을 돌리는 자는 이미 아웃사이더다. 등을 돌리고 벽을 올리는 자에게는 더 한 악평이 붙는다. 이제 그는 어디를 가더라도 이미 누군가가 지어놓은 그 이름으로 살아간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남이 지어진 그 이름으로 그 사람을 부른다.
언제부턴가 설면서 제일 중요한 일이 평판이 되어버렸다. 평판이 사람을 대하는 가장 큰 기준이 되어버렸다. 평판은 세상 사람들의 비평이다. 나의 판단과 나의 근거가 아니라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기준의 결과이다. 세상사람 모두 각각 다른 얼굴만큼이나 각기 다른 기준과 생각이 있을텐데 그것들은 온 데 간 데 없고 남의 기준과 결과에 나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등 돌리고 벽을 쌓게 한 사람은 누구인가?
등을 돌리게 하고 벽을 쌓게 한 씨앗을 심은 것으로도 모자라 등을 돌리고 벽을 쌓게 한 내가 만들어낸 평판이 평생 누군가의 또 다른 족쇄로 자라는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