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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시 읽는 선생님(4) - 평판이란 놈에 대해

벽을 쌓는 그대에게

충북 황간초등학교 박천호교장님의 시


등 돌려 벽 쌓기에
열중하는 그대여
허리춤 지나
어깨 넘어서니까
마음 좀 편해졌습니까
원래 벽이란 놈이
눈치가 빨라서
덧난 상처도 만져주고
힘든 세상 위로도 해주지요
요즘도 벽 쌓기에
정신없는 그대여
저만치 어깨지나
머리 위까지 올리니
세상 좀 조용해졌습니까
굳게 문 걸어 놓으니
답답한 심사 잠잠해졌습니까


등을 돌려 시선을 피하는 것도 부족한 나는
언제부턴가
하나 둘 나를 둘러쌀 나만의 이야기를 벽돌삼아 벽을 쌓았다.
나를 아프게 한 그들을 향한 나의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큰 위안이다.
나를 아프게 한 그들을 향한 나의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큰 그늘이다.

등을 돌리는 자는 이미 아웃사이더다.
등을 돌리고 벽을 올리는 자에게는 더 한 악평이 붙는다.
이제 그는
어디를 가더라도
이미 누군가가 지어놓은 그 이름으로 살아간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남이 지어진 그 이름으로
그 사람을 부른다.

언제부턴가 설면서 제일 중요한 일이 평판이 되어버렸다.
평판이 사람을 대하는 가장 큰 기준이 되어버렸다.
평판은 세상 사람들의 비평이다.
나의 판단과 나의 근거가 아니라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기준의 결과이다.
세상사람 모두 각각 다른 얼굴만큼이나 각기 다른 기준과 생각이 있을텐데
그것들은 온 데 간 데 없고 남의 기준과 결과에 나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등 돌리고 벽을 쌓게 한 사람은 누구인가?

등을 돌리게 하고 벽을 쌓게 한 씨앗을 심은 것으로도 모자라
등을 돌리고 벽을 쌓게 한 내가 만들어낸 평판이
평생 누군가의 또 다른 족쇄로 자라는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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