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청소년의 달을 맞아 4년 전 일반학교에서 옛 제자들을 만나는 날이 되었다. 마침 내가 소속된 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와 날이 겹쳐 애초 약속 장소로는 가지 못하고 우리가 행사를 열고 있는 청주로 아이들을 오라고 일렀다.
'아이들이 올까. 온다면 얼마나 올까.'
중간고사도 끝나고 연휴여서 아이들이 많이 오지 못할 것이라는 사전 연락을 받았지만 마음이 설레어 잠도 설쳤다. 행사 추진으로 아이들에게 긴 시간을 내줄 수 없는 나로서는 어쩌면 다행한 일이지만 알맹이 없는 쓸쓸한 만남이 될까 걱정도 없지 않았다. 2시가 다되어 아이들이 행사장 정문에 와있다는 전화가 왔다.
"몇 명이나 왔니?"
"남자 6명, 여자 6명이요."
어느새 중학 2년이 된 아이들의 키는 나보다 훌쩍 커 있었다.
"선생님, 이거요"하며 부반장이었던 석이가 마치 케익 상자 같은 것을 내어놓는다.
"아니, 이런 건 왜 사오니? 풀어서 너희들이나 먹거라."
"먹는 것 아니예요. 하규 아빠가 선생님 갖다 드리라고…."
그러고 보니 유난히 입이 무겁고 예의 바르고 칭찬을 들어도 씨익 웃고 말던 하규가 끼어 있었다. 하규는 학급의 간부도 아니었고 공부도 앞선 편이 아니어서 오늘 오리라고 예상하지 않았는데…. 아이들의 귀가 시간을 정해주고 행사를 마친 후 집에 돌아와 상자를 열어보니 전통도예로 만든 다기 세트가 들어 있었다.
너무 고맙고 송구스러워 하규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선생님, 제가 오히려 고맙지요. 우리 하규 이야기를 듣고 4년 동안이나 아들하고 같이 오늘을 기다려 왔습니다."
아들이 옛 담임을 만나기로 한 것을 잊지 않으시고 함께 기다리면서 정표를 보내주신 하규 아버님.
'하규의 정직하고 성실한 태도는 모두 아버님이 만들어 주시는구나.'
전화를 끊고 나서 그런 아버지를 둔 하규가 부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