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아버지의 선물
5월 청소년의 달을 맞아 4년 전 일반학교에서 옛 제자들을 만나는 날이 되었다. 마침 내가 소속된 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와 날이 겹쳐 애초 약속 장소로는 가지 못하고 우리가 행사를 열고 있는 청주로 아이들을 오라고 일렀다. '아이들이 올까. 온다면 얼마나 올까.' 중간고사도 끝나고 연휴여서 아이들이 많이 오지 못할 것이라는 사전 연락을 받았지만 마음이 설레어 잠도 설쳤다. 행사 추진으로 아이들에게 긴 시간을 내줄 수 없는 나로서는 어쩌면 다행한 일이지만 알맹이 없는 쓸쓸한 만남이 될까 걱정도 없지 않았다. 2시가 다되어 아이들이 행사장 정문에 와있다는 전화가 왔다. "몇 명이나 왔니?" "남자 6명, 여자 6명이요." 어느새 중학 2년이 된 아이들의 키는 나보다 훌쩍 커 있었다. "선생님, 이거요"하며 부반장이었던 석이가 마치 케익 상자 같은 것을 내어놓는다. "아니, 이런 건 왜 사오니? 풀어서 너희들이나 먹거라." "먹는 것 아니예요. 하규 아빠가 선생님 갖다 드리라고…." 그러고 보니 유난히 입이 무겁고 예의 바르고 칭찬을 들어도 씨익 웃고 말던 하규가 끼어 있었다. 하규는 학급의 간부도 아니었고 공부도 앞선 편이 아니어서 오늘 오리라고 예상하지 않았는
- 박종순 청주 혜화학교 교사
- 2003-05-15 1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