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가방법이 개선되지 않고선 교육개혁이 이뤄지지 못한다', '교사의 질이 곧 교육의 질이다. 교사 양성체체 개선해야 한다', '야간자율학습을 양성화해 사교육부담을 줄여 달라', '2000년대 아이들이 60년대식으로 문제를 풀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삼성동 강남교육청에서 열린 윤덕홍(尹德弘) 교육부총리와 서초,강남구 지역 초.중.고교 학부모 50명과의 대화. 이 자리에서는 선행학습과 과외 등 사교육으로 인해 실타래처럼 얽힌 교육문제에 대한 질타와 대책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학부모들은 교육정책에 대해 전문가에 버금가는 식견을 펼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가 하면 아이들이 맘껏 뛰어 놀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소박한 소망까지 다양한 의견을 윤 부총리에게 쏟아냈다.
윤 부총리는 서두 발언에서 "대한민국의 교육은 학부모가 하고 그중에서도 교육 1번지인 강남이 한다는 말이 있다"며 "이 때문에 가장 먼저 들러 학부모들의 허심탄회한 말씀을 듣고 싶어 자리를 마련했다"고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대곡초교 학교운영위원 조희정씨는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 사교육으로 인해 가정이 파괴될 정도"라며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면서 원리를 이해하기 보다는 문제 푸는 기계가 돼 오히려 공부는 더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씨는 "애들에 대한 평가방법과 교사 양성체계를 개선하지 않고는 지금의 교육문제가 나아지지 않는다"며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강조했다.
청담고 학부모회 회장 이승준씨는 ""학부모 총회 때 담임 선생님이 성적을 위해서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말해 충격을 받았다"며 "선행학습과 과외를 하지 않고서는 애들 성적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사교육이 만연돼 있다"고 꼬집었다.
대청중 학운위 위원 홍순희씨는 "야간자율학습을 양성화, 활성화시켜 학교에서 애들이 공부하도록 해 사교육비를 줄였으면 좋겠다"며 "학교별로 일부 있는 찬조금에 대해서도 자율학습에 대한 수고비 정도로 배려해 달라"고 요구했다.
상문고 학운위 위원 서정원씨는 "특목고에 다니는 고2 아이와 일반고에 다니는 고3 아이가 있어 양쪽 교육의 문제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특기적성교육과 인성교육을 위한 예체능교육, 아이들 개개인 수준에 맞는 교육과정을 주문했다.
봉은중 학운위 위원 이화숙씨는 "고2, 고3 아이들이 있는데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에 대해 학생,학부모 모두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학교에서 유명강사를 초빙해 저렴한 비용으로 질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대담에서는 교육청 쪽이 대화의 주제를 '선행학습과 과외' 부문으로 한정해 논의가 크게 확대되지는 않았으나 일부 학부모들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교단갈등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기도 했다한 학부모는 "전교조 선생님들이 과거에는 촌지 안받으시면서 아이들을 위한 훌륭한 교육을 펼치기 위해 정말 노력하셨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전교조가 학교 운영위가 결정하는 일에까지 하나하나 제동을 걸고 있다"고 학교장에게 학교 운영에 더욱 강한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학부모는 "일부 국회의원이 교장 선생님을 학교운영위의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내용의 법개정을 들고 나와 걱정스럽다"며 "교육부에서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재고해 달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윤 부총리는 "가장 근본적인 교육문제의 핵심은 학벌에 있다"며 "학벌 해소와 대학서열 파괴 등 교육문제 해소를 위한 장기적인 프로그램이 있지만 학부모들이 이것에 대해 조급히 요구하면 정책이 어긋나는 만큼 차분히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