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를 비롯해 문인단체 주관이나 각종 축제 일환의 백일장이 즐비한 봄철이다. 전문계고 교사인 나는 작년까지만 해도 ‘겹치기 출연’을 할 만큼 여기저기 백일장에 참가했다. 물론 제자들을 인솔한 백일장 참가이다.
문인 교사로서 느끼는 기쁨중 하나가 바로 제법 글깨나 쓰는 학생들을 발견하는 일이다. 글쓰기가 강조되는 시류와 상관없이 그들을 백일장대회에 참가시켜 상을 받았을 때의 기쁨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그러나 나는 새만금예술제(옛 벚꽃예술제) 백일장대회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내가 새만금예술제백일장에 가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업을 조정하기 어려워서가 아니다. 내가 백일장에 가지 않는 것은 예년의 기쁨이나 보람을 뒤엎을만한 회의를 진하게 느껴서다.
세속적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지 몰라도, 우선 상금(품)이 애들 장난 수준이다. 목정문화재단 전북고교생백일장의 최하위상에 주는 정도를 1등 상금(그것도 문화상품권)으로 한다면 너무 염치없는 ‘짓’ 아닌가? 학생뿐 아니라 일반인 대상인데도 그 모양이다. 상금이 적어도 나름 의미와 가치가 있다면 예년처럼 참가했을 테지만, 그마저 없다. 매년 2월 군산교육발전진흥재단이 실시하는 예체능 장학생 선발에서 ‘새만금예술제백일장’ 수상 따위는 아무 쓸모가 없게 되어서다.
말할 나위 없이 아무 쓸모 없는 대회에 수업을 빠져가면서까지 참가할 이유가 없다. 그것은 낭비다. 앞으로 있을 환경의날기념전국백일장, 군산세계철새축제전국백일장 등에도 학생들을 참가시키지 않을 생각이다. 알다시피 그런 백일장들은 군산시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군산시장상, 군산시의회의장상 등의 상도 있다. 잘하라는 장려의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군산시장이 이사장인 군산교육발전진흥재단에선 그런 대회를 스스로 아무것도아닌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필자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새만금예술제백일장의 경우는 아니지만, 주최측의 지도교사 ‘깔아뭉개기’도 내가 백일장에 가지 않는 이유의 하나이다. 글쎄, 일반고 학생이라면 제 스스로 알아서 참가할지도 모르지만, 초․중학생이나 전문계고 학생의 경우 신청서 접수에서부터 참가후 수상까지 전 과정이 지도교사에 의해서 이루어진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주최측의 지도교사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백일장이 수두룩하다. 더러 지도교사상이라는 걸 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학생의 입상 성적이나 참가자 수 등 조건이 붙는데다가 극히 일부에 돌아가는, 그야말로 상일 뿐이다.
기이한 일은 특히 일반고의 경우 평소 문예지도를 전혀 하지 않으면서도 어쩌다 글 잘쓰는 학생 덕분으로 지도교사상을 ‘횡재하는’ 일이 왕왕 벌어진다는 점이다. 뭐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현상을 굳이 현장까지 가서 목격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교내백일장 심사에서 제법 쓴 글들을 발견할 수 있었던 오늘도 두 개의 백일장 안내 공문을 받았다. 오로지 ‘참교육자’로 그딴 것 다 묻어버리고 협조하면 되는데…. 아무래도 글쓰기 지도교사를 너무 오래하고 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