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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의미 있는 '뒷담'이 많아져야

언제부터인가 토크쇼의 형식을 닮은 프로가 많아진 것 같다. 방송은 한두 명 또는 다수의 진행자가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어느 날 몇 가족이 나왔다. 사회자는 어린 자녀들이 제 부모의 흉허물을 쏟아내도록 이끌었다. 아이들은 잇몸이 드러나도록 웃어주면서 장단까지 쳐주니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내 놓았다. 어른들이 깔아 놓은 멍석 위에서 의기양양하기까지 하다. 대사를 외웠나 의심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한 시간여를 앞가름 해주었다. 거름망을 거치지 않은 말들은 어른들을 웃기는데 필요한 양념으로 충분했다. 순간 겁이 났다. 꼬깃꼬깃 숨겨두었던 이야기들이 더 나올까봐서다. 

부부가 그간에 있었던 싸움거리를 갖고 나오는 것은 흔하기까지 하다. 더러는 잘못한 쪽이 공개적으로 후회나 사과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둘 사이에 쌓였던 문제를 고칠 생각이 앞섰거나 웃자고 하는 이야기더라도 공중파로 내 보낼 이야기가 아닐 때가 많다. 물론 칡넝쿨처럼 얽혔던 일이 풀리고 둘의 관계가 원만해졌다면 그나마도 수확이다. 반대로 이로 인해 이혼까지 한 경우가 있다고 하니 놀라울뿐이다. 비유가 약할지 모르지만 아홉을 잃었다해도 하나를 건진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라면 더 이상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겠지만 설익은 과일을 한입 문 듯 하다.
 
신변잡기이자 폭로에 가까운 허섭스레기에 불과한 내용들일 때는 이런 생각이 더 든다. 삼각관계가 방송된 적도 있다. 시청하면서 허탈한 웃음과 함께 상한 반찬 같아 얼굴이 찌푸려졌다. 시청자들은 세 사람이 파놓은 구덩이에 풍덩 빠지도록 요구까지 받는 듯 했다. 내 아내가 그럴리가 없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가하면 상대방은 질세라 내가 아니라 네 아내가 먼저 추파를 던졌었다는 진실공방전을 펼쳤다. 드디어는 주변인들이 증인으로 나서기까지 했는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해도 도저히 가십거리 같은 내용에 풍덩 빠져들 수가 없었다. 

집단체제로 이루어진 토크가 진실을 고백한다는 멀쩡한 제목과 달리 성적인 농담과 외모 비하적인 대화는 기본이고 은밀한 사생활까지 늘어놓는 뒷담의 자리가 된다는 것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일이다. 드디어는 부부가 서로를 내놓고 탓하고 자식이 제 부모를 고자질하는 마당놀이까지 쉽게 볼 수 있으니 동기나 친구 간에 있었던 오해나 고발성 말들은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또 하나 덧붙일 것은 어찌하여 화제를 부모의 잘잘못이나 가족들의 실수, 사랑 놀음에만 목을 메냐는 것이다.

물론 제작진과 사전에 조율이 되었다고 보지만 우리들이 유명인의 뒷거래까지 알아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니 그 시간이 그들만의 놀이터이자 리그로 보이고 피곤이 더해질 뿐이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그것이야말로 세상의 비극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난다. 지나친 비약일 수 있지만 북한의 오호담당제를 떠올리는 것도 이 경우다. 방송국의 묵인 아래 가족까지도 파는 브레이크가 없는 가정 해체의 장소이니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는 그 어디에도 없다. 물론 모든 방송에서 감동 받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의 이 현실은 최선뿐만 아니라 차선의 방법 또한 아니라고 본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흉허물은 있다. 특히 부모는 자격증을 따고 부모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고 자식을 키우면서 하루하루 성숙된 부모가 되어갈 뿐이다. 하물며 그렇게 진화하는데 그 과정에서 생기는 잘잘못이 자식의 입을 통해서 낱낱이 웃음거리로 방영이 된다는 것은 전파 낭비다. 가려줄 것은 가려주고 덮어 줄 것은 덮어주는 것이 가족이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할 바다. 그렇지 않고 일상사를 세상에 내놓으려고 용을 쓴다면 집안에 까지 CCTV를 켜고 사는 모양새가 된다.

가족들까지도 못 믿게 만드는 이런 폭로전은 절대로 우리 고유의 정서가 아니다. 이에 따끔하게 꾸중을 들어야 할 대상은 방송국이 먼저인 것 같다. 좀 더 질적인 발전과 팍팍해진 삶들을 녹녹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따뜻한 방송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그들은 잊었더란 말인가. 그렇다고 매시간 인간승리를 품은 프로를 요구할 정도로 시청자들이 철면피는 아니다. 욕심을 부린다면 등장인물들의 세계관이나 인생관을 듣고자하거나 인간냄새가 많이 나는 프로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토크계의 꽃이자 정수라해도 지나치지 않을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가 진행하는 쇼가 생각난다. 그녀의 프로는 지명도뿐만 아니라 그 어떤 유명 연예인도 못 따라갈 정도의 부까지도 안겨다 주었다. 이는 철저한 프로정신이 낳은 결과요 수확이다. 우리 방송가에서 어느 것을 모델링하였든 그것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토크쇼가 세계적인 추세요, 대부분의 방송국이 이런 프로그램들을 안고 있다할지라도 고유의 내 색깔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방법은 가까운 곳에 있다. 윈프리가 이끌고 가는 것처럼 각종 경제나 정치적인 일들을 주로 다루라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단지 내 주변의 사소하고 미미한 이야기들을 왜곡시키거나 비틀어서까지 화젯거리로 만들기보다는 대중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크게 보면 답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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