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2월에 접어들면서 각급학교에서 졸업이 시작되었다. 입춘을 맞이하여 전남 보성군 미력면 보성강가에 위치한 조그만 학교인 용정중학교의 제9회 졸업식은 남달랐다. 학교 앞을 흐르는 보성강은 꽁꽁 얼어붙어 썰매타기도 가능할 것 같이 추운 날씨의 풍경이다. 그러나 날씨가 춥다고 하여 모든 것이 얼어붙은 것은 아니다. 졸업식장의 분위기는 뜨거운 열기와 꿈을 토하는 학생들의 열기가 미래를 뜨겁게 달구어 나갈 수 있음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중고등학교의 졸업식이 날이 갈수록 변화를 일으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교육행정 당국과 경찰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아담한 학교의 졸업식은 알차고 영근 포도송이같은 탐스러움을 표출하고 있다. 재학생의 주악에 맞춰 등장하는 졸없생 48명의 앞에는 선생님이 앞장 서서 등장하고 식장에 임석한 학부모와 내빈 재학생들은 박수로 졸업생들을 맞이하였다.
순서에 의하여 의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황인수 학교장님은 "임진년 용해를 맞이하여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스티브 잡스처럼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가지에 미쳐야 한다는 것이며, 좋은 습관으로 살아간 하루하루가 재능도 이긴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습관은 성품을 만들고 세상 속에서 나눔과 베품이 이루어지는 삶을 살아가기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다른 학교의 졸업식이 소란스럽고 아주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것에 비하여 학생 개개인에게 졸업장을 전달하고, 모든 졸업생의 20년 후 미래를 꿈꾸는 모습을 발표하여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직업이 아닌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자신하게 약속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모두 발표한 꿈단지를 학교 정원에 묻으면서, 20년 후에 만나 개봉하자는 순서는 다른 학교에서는 그리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졸업생 모두가 그동안 길러주신 학부모님께, 또 3년동안 가르쳐주신 선생님들에게 넙죽하게 엎드려 절하는 모습은 참석한 학부모님과 내빈들의 가습에도 새겨질 영상의 한토막이 될 것이다. 졸업한다도 하여 모든 것이 끝난 것도 아닌데 마지막인 것처럼 행동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신문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이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으며, 선생님은 무엇을 추억으로 남기기를 원하면서 가르쳤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이제 교육다운 교육을 위하여 우리는 마음과 마음으로 만나야 한다. 이러한 만남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30학급을 넘나드는 대규모 학교의 규모는 적정 규모의 학급당 인원과 학생스로 조정되어야 한다. 정부도 교육이 문제라고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만남을 통하여 학생들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환경 조성에도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변화가 무쌍한 세로운 세상으로 둥지를 떠나 날개짓하는 학생들의 앞날에 영광이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