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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간과하기 쉬운 사람의 도리


사람은 태어나고, 자라면서 가족이나 이웃, 때로는 멀리 있는 사람들과도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학교는 인간사회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다양한 교육활동의 장 가운데에 하나입니다. 교육은 이러한 사람살이를 지혜롭게 살아낼 수 있도록 가르치고, 이끄는 기능을 해 왔습니다. 어떤 일은 가정에서, 어떤 일은 마을에서, 또 어떤 일은 또래나 선후배들과 어울리면서 배우게 됩니다. 그리하여 내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에 적절한 언행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행동방식을 익혀서 나이 들면 어른 노릇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 사회는 교육을 통해서 공동체와 평화와 정의가 숨쉬는 사회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새벽에 또 눈이 와서 동0고 교정의 숲은 새 눈에 쌓여 있습니다. 쌓인 눈 위에 또 눈이 쌓여 추위는 안으로 깊이 익어 갑니다. 바람이 숲을 흔들고 지나가면서 썰물이 빠질 때 처럼 백색 소음이 일고, 다시 먼 숲에서 다가오는 바람이 밀물의 소리를 몰아 옵니다.
나에겐 아들이 둘 있습니다. 하나는 동0고 2학년, 하나는 각화중 2학년입니다.

핸드폰에 저장된 큰아들 별명은 빅피그선, 작은 아들은 리틀피그선, 우리 말로는 큰 돼지, 작은 돼지네요. 막 태어나서 내 손바닥 위에 올려 놓을 정도로 작은 몸집이, 점점 재롱을 부리더니 뒤뚱거리다가 방바닥에 쿠웅 하고 떨어져 우왕하고 울던 때며, 한 살 돌치레로 뜨거운 커피 물을 얼굴에 쏟아 한달간 화상입원 치료를 하던 때며,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복도를 지나다가 옆반 교실에서 쏟아지는 출입문에 맞아 얼굴이 찢어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년이면 고3이라니 정말 늘어나는 내 흰머리처럼 순식간 창졸지간이라고 봐야하나요. 세월 참 빠르네요. 학부모서비스로 열어본 알량한 아들내미 성적과 생활기록부에 찍힌 나와 집사람 이름 석자를 볼 때는 감회가 새롭답니다. 초등학교 때 막강한 상대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제치고 전교회장으로 당선되어 학부모로서 뿌듯하던 그 기분을 잊지 못합니다.

까까머리 내 어렸을적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이 떠 오릅니다. 시골에서 말단 공무원을 하시던 선친과 한복을 지으시며 3남 1녀를 뒷바라지 하시던 어머니가 순천시에서 자취를 하는 형제들을 보러 오시면서 김치며 반찬거리며 옷가지를 머리에 이고, 양손에 늘어지게 들고 바리바리 챙겨 오시던 때 말입니다. 당시에는 자취방 주인집 냉장고 한켠에 김치 상자를 넣어 두거나 우물속에 김치통을 던져 두고 시는 것을 막고, 밥이며 국을 양은 냄비에 손수 끓여먹고 빨래도 우리 손으로 직접 빨아 널면서 공부했습니다. 시골 집 급한 전화도 주인집 마루에 놓인 전화기로 실례를 하곤 했지요.
부모님의 은덕으로 요행히 형은 미국에서 재무관리 교수로 자리를 잡았고, 남동생은 포항에서 엔지니어링 회사 CEO 로 형제가 다들 먹고사는 정도로 자리를 잘 잡았습니다.

이제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 선친은 20여년 전에 벌써 작고하시고, 늙고 병든 어머니는 시골에서 혼자 투병중이십니다.

큰아이가 다니는 전망좋은 동0고 교정에 가끔 가 보곤 합니다. 큰아이를 기숙사에 내려 주어도 매번 아버지 차가 출발하기 전까지 지켜 보지도 않고 휙 들어가 버립니다. 역시 딸이 아니라서 그런지 잔정이 부족합니다. 지금의 학생들은 아버지 세대에 비해 정말 방대한 양의 지식을 전달받고 많은 시간을 공부합니다. 우리 때는 이렇게 까지 않해도 다들 밥벌이는 한 것 같은데 말이죠. 공부하는 기계같은 느낌이랄까요. 상당히 안쓰럽습니다. 물론 공부에 뜻을 두지 않은 친구도 많이 봤습니다.

학교 복도에 올라가보니, 남학생들이라서인지 어른을 봐도 인사를 잘하지 않더군요.

나는 누구에게나 ‘인사를 많이 하면, 나중에 그만큼 다른 이에게 인사를 많이 받는다’ 라고 얘기해 줍니다. 물론 사람마다 성향이 다를 수 있겠지요.
동0고등학교는 사립 명문으로 광주에서도 급부상한다고 들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진로 비젼의 꿈이 다른 학생에 비해 커서 벌써 세상을 다 쥔 듯,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만심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점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지금은 뭐든 다 이룰 수 있는 꿈을 가진 시기입니다. 하지만 자기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혹, 학생 여러분 중 여러분의 부모님께도 ‘지금은 공부에만 몰두할테니, 효도는 성공한 뒤에 다 갚을께요.’ 행여 이렇게 생각하고 말한 친구는 없나요?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효도는 지금 하는 것입니다. 주위를 둘러 보십시요! 혹 내가 지치고 힘든 부모님께 도리를 못한 적이 없는가, 주위를 살펴보며 올바로 성장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동0고 학생여러분~.
지금 주변을 둘러 보십시요!
혹시 사람의 도리를 잘 못하는 부분은 없는지, 인사성이 좀 부족한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룬 적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학교에서는 전인적인 인성 교육이 목표이지, 좋은 대학 가는게 다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 동료 한 분은 내가 가끔 아픈 노모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것을 무척 부러워 합니다. 그 친구는 부모님이 병고에 시달리다 모두 돌아 가셨지만, 살아생전 병원에 모시고 다닐 때가 그립다고 합니다. 차라리 아파도 살아 계신게 더 좋았다고 말이죠.
학생 여러분도 부모님께 지금 효도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학업을 열심히 하는 것도 훌륭한 효도중에 하나이겠지요.. 생활에 지치고 힘든 어머님께 이거 달라 저거 해달라 심하게 투정은 부리지 않았는지, 멀리 떨어져 가족을 부양하느라 고생하시는 아버지께 또는 할머니께 전화한통 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는지 살펴봐 주세요. “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지금 잔정을 좀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부모님들은 큰 거 바라지 않는답니다.
지금까지 두서없이 몇 자 적었는데요. 동0고 학생 여러분~.
새로운 해, 임진년, 특히 3학년 수능예비생 여러분은 목표대로 계획을 잘 세워 좋은 성취가 있기를 학부형의 한 사람으로 빌어 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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