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4 (수)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교단일기

요즘 아이들

며칠 전 3학년 교실에 도덕 수업을 들어갔다. 3학년이라면 알만하기도 하고 들을만 하기도 하여 예쁘기 그지없는 아이들이다. 예년같으면 그랬다는 이야기다. 요즘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말은 많이하고 집중은 못하는 경우가 다한데 그 학급 역시 그런 학급 중 하나였다. 

"돌아다니지 말고 자리에 앉아라"
"뭐라구요? 얘가 먼저 불렀는데요"
"쟤가 먼저 말을 걸었던 거에요"
"니가 먼저 했잖아, XXX야"

금세 서너명의 아이들이 불끈거리며 일어서서 멱살을 잡을 기세다. 억지로 자리에 앉히고 나서 몇 분 수업이 진행되었나보다.

아까 그 아이 둘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또 다시 돌아다니고 있다. 스스로는 돌아다니는 자신들의 행동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아이들을 불러 "앉아있기 힘들면 여기에서 공부해요"라며 앞으로 내 놓았다. 앞에 서서도 계속 개그맨 흉내를 내며 아이들을 희롱하니 온 교실이 그 애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얼른 활동지를 꺼냈다. 친구에게 우정상장을 만들어 주는 활동지이다. 갑자기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예쁜 그림의 상장용지를 받으니 신이 난거다. 앞의 악동들을 쳐다보던 눈이 각자 바쁘게 움직이며 열심히 활동을 한다.

"어? 나도 저거 할거에요. 상장주세요."

앞에서 돌아다니며 장난을 치던 두 아이들이 불쑥 다가와 내 손에 든 상장용지를 나꿔채가려고 무섭게 덤벼든다. 

"안돼, 너희들은 돌아다닐거니까 상장 안해도 돼." 상장을 얼른 높이 들고 말했다.
"하고 싶어요, 빨랑 줘요."
"돌아다닌 사람들은 원래 다른 공부부터 해야하는데." 상장을 더욱 숨기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다른거요? 그게 뭔데요? 그거하면 상장 줄거에요?"
"그럼, 원래 수업 중에 돌아다닌 사람은 다른 반도 다 그렇게 했어"
"뭔데요? 어떻게 하는거에요? "
"음... 책 가지고 나와 봐"

그동안 시간이 부족해 못했던 교과서의 여러가지 활동 중 질서와 규칙에 대한 부분을 네 쪽이나 하라고 과제로 주었다. 5분쯤 뒤 다 했다고 얼른 가져온다. 살펴보니 예상했던 대로 되지도 않는 말을 마구 적었다.

"어? 이렇게 하면 안되는데. 제대로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합격해요."

이번엔 열심히 하는가 보다. 한동안 잠잠했다. 아이들의 상장만들기 활동도 무르익어 어느새 완성된 아이들이 가지고 나온다. 상장 수여식도 하고, 내용도 읽어가면서 수업이 끝나갈 때쯤 두 악동이 책을 가지고 왔다.

"상장 주세요"
"어쩌니. 시간이 다 되었는데. 다음 시간에 조용히 자리에 앉아있으면 그 때 줄게."

아이들은 못내 아쉬워 어쩔 줄 몰라했지만 나는 기분이 개운했다. 이틀쯤 뒤 그 중 한 아이가 다른 반 수업을 하고 있는 내게 반색을 하며 눈을 맞춘다. 어느새 그 날의 일은 모두 잊어버렸는지 아주 반가운 기색이다. 나는 아직도 수업할 때마다 분위기를 망치는 그 아이에 대한 껄끄러운 감정이 남아있는데 그 아이는 어찌나 밝은 표정인지. 무심결에 가지고 있던 상품용 캔디를 하나 주었다.

아이는 사탕을 높이 들고는 신이나서 몇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교실로 간다. 사탕의 효과가 있을까? 다음 시간엔 좀 다른 모습이려나? 마음은 씁쓸하지만 얼굴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와 눈을 맞췄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