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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왕따 당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말고, 절대로 때리지 말고, 야단도 치지 말라"

교사의 꾸중에 눈도 깜빡하지 않는 아이들, 내 자식 일에는 쉽게 흥분하는 학부모, 사건만 터지면 '엄벌'에 처하겠다고 호통치는 교육관료에 둘러싸여 교사들은 사면초가 신세가 되어가고 있다.

A고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박 교사는 8년만에 다시 매를 잡았다. 전임지였던 과학고교에서는 학급 당 학생수가 30명밖에 안 되는 데다, 학생들이 공부라면 눈에 불을 켜고 알아서 하기 때문에 굳이 수업시간에 매를 들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A고교는 달랐다. 아무런 동질성 없이 또래라는 이유로 한 교실에 넣어진 남학생 35명을, 최소한 수업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게 잡아두려면 교사의 입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1년 전 이 학교에 부임했을 때 동료교사가 "이게 없으면 곤란할 걸요?"라며 매를 흔들어보이던 기억이 났다. 결국 박 교사도 대나무로 된 매를 만들었고, 수업에 들어갈 때는 출석부와 함께 항상 들고 다니는 도구가 됐다. 수업시작 종소리와 함께 교실로 들어서면 비어있는 자리부터 눈에 띈다.

"반장, 저 자리 누구야? 어디 갔어?"
"저…양호실에 간다고 했는데요."

반장의 목소리는 자신이 없다.

"갔으면 간 거지, 간다고 했는데요는 또 뭐야?"

빈 자리의 주인공은 양호실에 가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선생님이 묻거든 양호실 핑계를 대라고 반장을 협박해 놓고 몰래 학교를 빠져나간 것이다. 그 학생이 지금 양호실에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더니 쭈뼛쭈뼛 마지못해 다녀와서 반장이 하는 말, "없는데요."

이렇게 아무 말 없이 수업을 빼먹고 사라지는 아이들(무단조퇴)이 하루에도 10여명씩 나온다. 그래서 학생이 양호실에 갔든 안 갔든 대부분의 교사들은 출석부에 '결과' 처리만 하고 모른 척한다. 박 교사처럼 정말로 양호실에 갔는지 확인해 보고, 나중에 그 학생을 불러 어디 갔었느냐고 따져묻기 시작하면 일만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수업이 5분여 가량 지체됐다. 그날 분량의 진도와 맞추려면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 벌써부터 딴 짓하는 아이가 보인다. 한 번 주의를 준다. 학기 초 아이들에게 수업시간에 주의를 세 번 받는 사람에게는 매를 들겠노라고 선언했다. 50분 동안 세 번씩 주의를 받기도 힘든 일일텐데 희한하게도 꼭 그런 아이가 있다. 앞으로 나오라고 해서 손바닥을 때린다.

"그래, 어쩔래?"

박 교사는 절대 아이들을 손으로 때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때리는 순간 손바닥이 열을 받음과 동시에 교사가 감정을 자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뺨을 맞으면 아이도 수치스러워하지만, 교사도 후회스럽기는 마찬가지. 요즘에는 때리기 전에 절차가 하나 더 늘었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필요하면 때릴 것이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112에 신고해도 좋아"

휴대폰을 꺼내 보이며 이런 말까지 하면서 학생을 매로 지도해야 하는 사실이 서글프긴 해도, 내버려두면 50분 내내 장난을 쳐서 공부를 하고자 하는 다른 학생들까지 방해할 게 뻔하다. 도저히 말로 고쳐지지 않는 아이를 앞으로 불러내 한 대 때리면 산만하던 수업 분위기가 일순간 차분해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다. 이렇게 하는 사이 또 몇 분이 그냥 흘러간다.

요즘 학생들, 특히 남자 고교생들에게는 교사의 말이 좀처럼 먹혀들지 않는다. 얼마 전 수업 중 장난치는 학생에게 주의를 줬더니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교실바닥에 "퉤" 하고 침을 뱉기도 한 적이 있다. 그것도 교사 바로 코 밑에 앉아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그래, 어쩔래?" 라는 도전의 표시다. 오래전에 학교에서 학생이 교사의 팔을 부러뜨린 사건도 있어서 조금 거칠게 나오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일은 겁부터 난다.

한번은 수업을 전혀 듣지 않고 딴짓에 몰두해 있는 학생에게 "수업 중에 너는 도대체 뭘 하느냐"고 야단을 쳤더니, 그 학생이 아무렇지도 않게 "학원 수학숙제 해가야 되는데요"라고 대답해 기가 막혔던 적도 있다. 예전 같으면 "죄송하다"는 말로 적당히 넘길 일이련만, 오히려 눈 똑바로 뜨고 "내가 뭘 잘못했느냐"고 따져묻는 아이들의 당돌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수업시간 50분이 전쟁처럼 피곤하다.

누구보다도 의욕을 갖고 열심히 가르쳤다고 자부했는데 이런 일을 당할 때마다 배신당한 기분이라는 박 교사. 아이들은 "나 하나쯤이야" 하고 떠들어대고, 학부모는 "어쩌다 한번 그런 것을 가지고 뭘"이라 생각하겠지만,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매일 같은 상황을 반복해야 하는 교사로서는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질 없는 선생이 그만둬야지!"

오늘은 최악의 날이다. 학생의 어머니가 찾아와 교무실이 떠나가도록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학생이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이유가 담임선생님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학생은 고교 1학년인데 지난 한 해 동안 3번이나 가출하고, 여러 번 담배 피우다 잡혀오고, 한 달에 2~3일은 꼭 결석하며, 청소하라면 도망가고, 야간자습에 참석 안 하고, 심지어 가방도 없이 학교에 오는 일도 있다. 물론 숙제도 필기도 하지 않는다.

더욱 문제는 집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가출을 해도 집에서는 하루이틀이 지나야 안다는 것이다. 12월에는 서무실에 알아본 결과 어머니가 학생에게 줬다는 공납금을 내지 않았다. 돈만 생기면 학교에 오지 않고 집에도 며칠씩 들어가지 않는다. 중3 때도 이미 3번이나 가출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학부형은 이 모든 게 선생님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학생이 상습적으로 가출하고 학교를 다니기 싫어하는 것은 담임의 자세와 학교교육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니 책임을 지라고 했다. 난 어이가 없어서 그냥 듣고만 있었다. 물론 그 학부형은 내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화가 치밀었다.
 
"우리 학급 학생 중 왜 그애 혼자 그렇습니까? 그렇게 담임과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학 보내세요."

이 말에 그 어머니는 "오~ 그래, 이제 우리애를 전학시키려 한다 이거지. 선생이 잘못 가르쳐 놓고 왜 우리애를 나가라고 해. 자질 없는 선생이 그만둬야지!"라면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 두고 봐라, 우리도 생각이 있다고 고함을 치더니 가버린 일이 벌어졌다.

요즘 학부형들은 교사를 무엇으로 보는가? 가정교육이 70%고 학교교육이 30%라는데 요즘 학부형들은 가정교육은 없고 학교교육만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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