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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아이들을 차별없이 사랑으로 대하셨던 선생님

5월에는 가정, 어머니, 선생님 등 인간 삶의 기본 틀에 영향을 미친 사람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달이다. 한 중학생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선생님의 모습을 소개하면서, 지금도 어디선가 가르치고 계실 선생님께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바다보다 넓은 스승의 사랑, 항상 선생님께서는 제 곁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저를 도와주셨습니다. 그림자처럼, 키다리 아저씨처럼. 그래서 저는 선생님의 넓은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선생님을 만나고부터 달라졌습니다. 스승의 날만 되면 제 작은 기억 속에 한 분의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모든 아이를 차별 없이 사랑으로 대하셨던 마음의 스승.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의 이야기입니다. 5학년을 거쳐 초등학교 최고 학년인 6학년이 되던 해에 저는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웃는 인상의 여자선생님이었습니다.

별로 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생활도 조용히 평범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께서 저를 부르셨고 저는 ‘아. 내가 무슨 잘못했나?’라는 생각에 긴장하며 교무실에 들어섰고 여느 때와 같이 선생님께서 웃으며 “진희 왔니?” 라고 하셨고 그 말이 끝난 후 선생님께서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진희야, 어려운 형편에 있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단체가 있는데 선생님이 진희를 이곳에 신청해서 도움을 받게 해줘도 될까?”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그 말에 자존심이 상하였고, 단호히 “아니요, 안해주셔도 돼요”라고 말해버렸습니다.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그냥 편하게 “네”라고 했을 텐데, 그때 내가 왜 그랬지? 라고 저 자신에게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 후 저는 선생님 보기가 좀 어려워졌습니다. 선생님께서 제가 어렵게 산다는 것을 알고 계신다는 것이 창피했습니다. 그래서 복도에서 선생님을 만나도 그냥 지나쳐가기 일쑤였습니다.

지난 일들이 서서히 잊혀 질쯤 선생님께서 조용히 저를 부르셨습니다. “진희야, 진희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선생님은 진희를 도와주고 싶어”라는 말씀을 듣는 순간 저번에 일이 기억났고 얼굴을 붉히며 “아니요. 싫어요”라고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말을 끝내고 교실에 들어왔고 선생님도 같이 들어오셨습니다. “여러분, 오늘 선생님이 재미있는 놀이를 가져왔어요”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이 각자의 의견을 떠들기 시작했고, 선생님은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고 말을 꺼내기 시작하셨습니다. “마니또라는 놀이에요. 아는 친구들은 알죠? 우리 각자 친구 한 명씩을 선택해서 그 친구의 수호천사가 되어주는 거예요. 대신 자신의 마니또는 말할 수 없어요”라는 말씀을 시작으로 마니또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다음날부터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어제는 분명히 끝이 뭉툭했던 연필들이 예쁘게 깍여 있고, 다 써서 쪼가리만 남아있던 지우개도 새것으로 변해 사물함에 넣어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날에는 학습준비물, 그 다음날에는 미술 준비물이 사물함에 넣어져 있었습니다.

서서히 누가 내 마니또일까? 라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날 다른 날 보다 빨리 온 나는 교실에서 튀어나오는 누군가와 부딪쳤고 정신을 차리고 교실 안에 들어왔고 책상 위에 있는 포스트잇과 책을 번갈아보고 생각했습니다.

‘아, 마니또가 준거구나’ 저는 그 포스트잇의 내용처럼 책을 다 읽고 독후감을 썼고 얼마 지나지 않아 60권이 넘는 책을 읽을 수 있었고 이로 인해 학교에서 상장도 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다른 반 선생님께서 심부름을 시키셨고 우연히 담임 선생님 위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디서 본듯한 글씨, 마로 마니또의 글씨였습니다. 저번에 선생님께서 했던 말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종례 후 선생님께 찾아가 죄송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저에게 “진희야, 선생님도 진희와 같은 처지였어. 선생님도 다름 사람들의 도움이 반갑지만은 않았어. 하지만 그 분들 덕분에 나는 이렇게 진희를 도와줄 수 있게 되었잖아. 진희야! 다른 사람의 도움을 피하지마. 네가 받은 도움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주면 되잖아. 알았지!” 저는 선생님의 도움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계기로 제 형편이 창피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이런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선생님을 꿈으로 갖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선생님의 넓은 사랑을 조금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선생님의 넓은 사랑을 다 이해했을 때에는 아마 제가 선생님이 되어 다른 아이들에게 제가 받은 도움을 베풀고 있지 않을까요? “선생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중학생부 심사평

스승은 귀감이다. 그대로가 제자들의 가슴을 흔들며 펄럭이는 깃발이다. 어릴 때는 스펀지처럼 있는 대로 빨아들이는 습성이 있다. 따라서 조기교육이 각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어릴 때 사제지간의 따뜻한 교감은 위대한 인간을 육성하는 자양분이 된다. 최우수작인 김진희(광양여중 3년)의 ‘선생님’은 귀감으로써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집안형편이 어려웠던 것을 안 담임선생이 여러 방법으로 도와주고 싶었지만 번번이 자존심 상해하는 제자를 위해 ‘마니또’ 놀이를 통해 담임은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도와주고 그것을 알게 된 제자의 감동은 사람을 바꾸어 놓았다. 뜨거운 사제지간의 정으로 제자도 우리선생님처럼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되는 과정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깔끔하다. 제갈태일(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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