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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낚시의 상식'으로 교육 다시 보기

낚시꾼이 낚시하러 갈 때 가장 신경 쓰는 일은 무엇일까? 밤낚시의 짜릿한 손맛을 느끼기 위해 손전등도 준비하고, 비바람과 이슬을 피할 수 있는 텐트도 준비해야 한다. 출출한 배를 틈틈이 채워줄 수 있는 간식거리도 준비해야 한다. 그것 뿐이 아니다. 밤새 찌를 바라보아야 하는 지루함과 고독감을 덜기 위해서 담배와 술을 준비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것들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 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물고기들이 주저 없이 낚시에 걸려들도록 유혹하는 달콤한 미끼일 것이다.

그래서 수준급의 낚시꾼은 미끼를 고르는 일에 가장 신경을 쓴다고 한다. 지렁이를 구하기 위해 강가의 풀숲이나 시궁창을 헤집기도 하고, 메뚜기를 구하기 위해서 들판으로 나가기도 하고, 시장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낚시를 준비하는 동안, 낚시꾼은 오로지 물고기가 좋아하는 미끼에만 관심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딸기 빙수나 비엔나커피 따위는 아예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낚시꾼은 물고기에게 매혹적인 미끼를 던져 주고서는 ‘어디 한 번 물어보셔!’ 라고 중얼거리면서 느긋한 여유를 가진다고 한다.

낚시꾼이 물고기의 입맛에 맞춰 미끼를 준비하는 일이 어찌 낚시에만 통하는 이야기이랴.

요즈음 우리들에게 익숙한 말 중에는 ‘고객중심’ 또는 ‘수요자 중심’이라는 말이 있다. 옛날이야 독과점 형태로 시장을 좌지우지한 경우도 있었겠지만, 요즘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되었다. 오늘날 생산자 눈에는 그럴듯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고객이나 수요자의 마음에 차지 않으면 한낱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 국가 기관에서 펼치는 정책이나 공공서비스 또한 예외가 아니다. 국민들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외면당하고, 예산 낭비라는 호된 질책에 시달려야 한다. 여기에도 '낚시의 상식'이 여전히 유효하듯, 고객중심의 수요자의 요구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아직도 이러한 평범한 상식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학부모들은 여전히 기존의 가치에 집착하면서 학생들에게 그들의 꿈과 가치를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에디슨이나 빌게이츠, 스티븐 잡스나 안철수 같은 위인들이 기성세대의 강요된 꿈에 순순히 따랐더라면 그분들이 보여준 위대한 성취는 아마도 현실화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우리 교육도 교사가 모든 것을 전수해 주려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탈피하여 학생의 소질과 적성, 능력에 맞는 선택적 맞춤형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낚시질할 때 큰 고기를 잡기 위해서 그들이 좋아하는 미끼가 무엇인가를 꼼꼼하게 살피듯이 학생들을 큰 일꾼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의 관심사와 소질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 꿈과 관심사를 키워주는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그것뿐이 아니다. 관행적으로 처리해 온 교육행정 또한 낚시의 상식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G20에 드는 경제대국이지만, 교육 투자에 보이는 인색함은 여전하다. 경제적 셈법으로 교원 정원을 줄이는 방식으로는 학생 중심의, 개인차를 고려한 맞춤형 교육은 불가능하다. 두부 자르듯 명쾌한 행정행위 저변에는 수요자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늘 기억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더 들더라고 학생의 필요와 요구에 맞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고쳐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낚시의 상식'에 담긴 수요자 중심, 고객중심, 더 나아가 교육에서의 학생중심에 대한 마인드가 끊임없이 공유되고 확산되었으면 한다. 특히 학생들의 꿈이 박제된 교육은 더 이상 우리 학생들을 크게 키우지 못할 것이다. 학생들의 가슴에 담긴 소중한 꿈을 찾아내어 키워주는 새로운 교육을 위해 다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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