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친구들아! 아픔도 고통도 없는 세상에서 늠름했던 그 모습 그대로 편안히 쉬렴, 안녕!"
합숙소 화재참사로 태극전사의 꿈을 채 피워보지도 못한 채 돌아오지 못할 먼길로 떠난 충남 천안초등학교 축구부원 8명의 합동영결식이 거행된 1일, 학교 운동장에 학생대표 김예지(12)양의 애도의 글이 울려퍼지자 유족들 뿐만 아니라 2천여명의 참석자 모두가 참아두었던 눈물을 쏟아내며 흐느꼈다.
하늘도 아이들의 마지막 길을 애도하는 듯 이날 영결식은 아이들이 화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날과 마찬가지로 바람이 거세게 부는 가운데 엄수됐다. 아들을 먼저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어머니들은 영결식 내내 사진 속 아이들의 이목구비를 어루만지며 오열했으며 특히 고(故) 주상혁군의 어머니 노선자씨는 수차례 아들의 사진에 입을 맞춰 지켜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성낙희 교장의 추도사와 강복환 충남도교육감의 조사에 이어 김양이 눈물과 함께 애도의 글을 읽기 시작하자 영결식장의 비애감은 극에 달했다.
"그날 하늘도 이 엄청난 슬픔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나 봅니다. 그렇게도 파랗던 하늘이 먹구름을 몰고와서는 비바람 속에 너무도 사랑했던 친구들이고 형이며 동생이었던 태균, 민수, 민식, 원주, 장원, 바울, 건우, 상혁이를 데려갔습니다"
"슬퍼하기엔 너무 어이없이 가버려 우리 정신마저 빼앗아버렸던 그날이 우리는 잊을 수 없어 차라리 밉습니다""마라도나를 꿈꾸며 홍명보를 존경하던 너희들의 이름을 우리는 영원히 가슴에 새기며 잊지 않을게!"
김양의 애절한 애도의 글에 이어 유족대표인 김바울군의 아버지 김창호씨는 인사말을 통해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른 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너희들의 모습을 이제 볼 수는 없지만 너희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이 자리에 있는 어른들은 다시는 너희와 같은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씨는 또 "이제 더 이상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학교 안전문제, 1등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참석자들의 헌화 및 분향을 끝으로 정들었던 교정에서 영결식을 마친 희생자 유해는 수원에서 화장을 한 뒤 천안공원묘원에 합동 안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