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낸 '인권존중·자율책임 생활지도계획'은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단체기합, 소지품 검사, 체벌, 가위로 머리카락 자르기 등을 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생활지도를 학교와 교사 위주에서 학생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일단 학생들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환영할 만하다. 1년 전 교육부가 내놓은 '공교육 진단 및 내실화 대책' 중 '사랑의 매' 허용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특히 가위로 머리카락 자르기를 금지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 생각한다.
물론 교육부의 생활지도계획은 학교현장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의 표본일 수 있다. 실제로 '공교육 부재'라는 학교현장에서 대화만으로 많은 학생들을 지도·통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말을 듣지 않는다고 때리기부터 한다면 그것이 교육이요 교사이겠는가. 담임교사나 학생부 담당교사가 아니라서 속 편하게 하는 말이 아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언어의 동물이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학생들이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체벌이 불가피할 때라 하더라도 '사랑의 매'가 되도록 하자. 순간적인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채 손으로 뺨을 때리거나 하지는 말자는 이야기이다. 회초리 따위로 손바닥 몇 대쯤 때리는 것은 '사랑의 매'임을 학생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제발 여학생들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르는, 생활지도 아닌 '만행'은 이번 기회에 날려버렸으면 한다. 오랫동안 여학생 근무경험으로 볼 때 여학생들의 불만사항 제1호가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머리가 다소 길더라도 그들 모두가 유흥업소에 출입하는 등 학생의 신분을 망각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그런 학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제 그들을 믿자. 교사들이 학생들을 믿고 대화를 청하는 것이 순서이다. 우리는 학생들 또래가 아니라 어른이고 교사이므로. 교육부에도 당부하고 싶다. 뻔질나게 지침만 내려보내지 말고 기왕 시시콜콜 간섭·규제할 양이면 일선 학교에서 생활지도계획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감독을 철저히 하라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교사들이 학생 인권에 소홀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충격적이지만, 말할 나위 없이 학생의 인권도 소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