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도입된 고교평준화 정책은 학교별 선발 방식이 아닌 학군별 배정을 통해 고교에 진학하도록 한 제도로, 어느 지역에서 학교에 다니든 누구나 똑같은 여건과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근본 취지다. 1970년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고교입시 과열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고교 진학을 위해 전국적으로 과외가 성행하고 중학교 교육은 입시 위주로 왜곡돼 이른바 '중3병'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로 당시 고교입시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고교평준화 논쟁은 특목고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그런데 2009년 들어 일제고사와 수능 성적의 지역별 통계가 발표되면서, 이를 계기로 평준화를 해체하거나 폐기해야한다는 주장이 다시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2009년 서울지역에서 실시된 학교선택제 등이 고교 평준화와 관련된 논의를 더욱 가열시켰다. 2010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생부터 서울 지역 고등학교 배정방식이 학군별 무작위 추첨에서 학교선택제로 변경되었다. 이를 두고 고교평준화의 해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단순한 선지원 추첨배정 방식의 학교선택제를 두고 고교평준화의 해체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어긋나는 것 같다.
평준화 정책이 그동안 입시과열 방지라는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측면이 있지만, 학생들의 자발적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숱한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작년과 올해처럼 지역과 학교 간 차이가 확연하다는 사실이 자료로 입증된 만큼 평준화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핀란드는 교육경쟁력 세계 1위로 손꼽히며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나라다. 특히 우리나라의 평준화 옹호론자들이 최근 핀란드식 평준화에 대하여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핀란드의 제도는 평준화 체제로 불리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르다. 핀란드에서는 인기 고등학교가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허용하면서도 모범적인 평준화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인정받는 것은 무엇보다 비인기 학교에 대하여 효과적인 집중 지원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즉, 평준화를 기계적으로 모든 학교를 똑같이 만들어야 한다거나 특정한 학교배정방식을 지켜야 하는 것은 지나치게 편협한 이해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등 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학교들을 신설 및 전환함으로써 평준화를 보완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아직도 헷갈린다. ‘고교평준화’라는 단어에 ‘평준화’와 ‘일반 고등학교와 달리 교육과정의 상당 부분을 학교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여 평준화를 보완한다’라고 할 때의 ‘평준화’라는 단어의 의미가 동일한 것인지가. 우리에게 ‘평준화’란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