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SA 2006에서 평균 득점의 국제비교표를 살펴보면, 상위국가들 중에 눈에 띄는 두 나라가 있다. 핀란드와 한국이다. 수학에서 핀란드 1위, 한국 2위, 읽기에서 한국 1위, 핀란드 2위, 그리고 과학에서 핀란드 1위, 한국은 7위로 나타났다. 그런데 두 나라의 정규수업외에 사교육 노출 비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핀란드의 3배 가까이 된다. 두 나라의 교육비는 우리나라가 GDP 대비 7.2%(세계 3위), 핀란드가 6.1%(12위)다. 그중 사교육비 비율은 우리나라 38.9%, 핀란드 1.6%이다. 우리나라와 대조를 이루는 핀란드가 어떻게 세계최강 교육국이 되었을까.
핀란드에서 만난 교사들에게 고학력의 비결을 물어보았다. 정작 핀란드 교사들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특별한 것이 없다고 미소만을 짓는다. 그들도 경쟁체제 속에서 가르치고 공부를 하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굳이 경쟁을 부추기지 않아도 학생도 교사도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한다.'나 자신을 위해서'라는 의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정부정책과 학교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학생, 부모, 교사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핀란드의 학력평가 체제를 살펴보았다. 평가는 다양한 주제의 측면에서 수행되는데, 1~2년에 한 번씩 일부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다. 그 결과는 교육개발을 위한 기초 자료로 쓰이며, 참여한 학교에게만 그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평가의 목적은 학생의 성과가 아닌 시스템의 운영상황을 체크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2004년에 시행된 국가단위의 수학시험에서는 남학생과 여학생 사이의 계산능력의 차이를 파악하였을 뿐 학교 간의 순위를 매기지는 않았다.
시험은 교육연합단체와 기업에 의해 생산되고, 테스트를 받을지 여부는 학교가 자율로 결정한다.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은 대학입학시험뿐이다. 핀란드 교육 체제에서 평가가 매우 신중하게 사용되는 것이 큰 특징으로 보인다. 핀란드 교육관계자들은 평가의 남용과 그 결과는 매우 민감해서 이것이 학교 특히, 교사들로 하여금 잘못된 이해와 불공정한 방향으로 교육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헬싱키로 가는 비행기에서 만난 초등학교 외국체험단과 그들을 인솔하던 교사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처럼 순박하고 진솔하고 후덕한 인상을 주었다. 초등학교 일반교사인 그의 영어실력은 거리낌이 없었고, 수줍음 많은 학생들은 낯선 동양인에게 호기심을 보여주었다. 독일 가정에서 독일문화와 언어를 배우고 가는 중이라 서로 경험을 나누는 듯 종알거림이 끝이 없었다.
그들의 넉넉한 교육정책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지난 3월 초 핀란드를 다녀온 뒤 핀란드 교육체제에 대한 부러움은 몸살처럼 나를 괴롭히고 있다. 자료를 정리하다 문득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학력평가에 대한 갈등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핀란드의 사례가 혹시 하나의 지혜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양분되어 빚어지는 갈등으로 인해 단 한 명의 아이도 상처입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홀로 어둔 밤을 밝히며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