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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픈가?

러시아에 ‘이반의 염소’라는 속담이 있다. 옛날 러시아의 한 시골 마을에 염소 한 마리를 키우며 젖을 짜 생활하는 이반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매일같이 많은 젖을 생산하는 이반의 염소를 부러워했다. 어느 날 이 마을에 천사가 나타나 동네 사람들에게 한 가지씩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소원을 말하라고 했다. 동네 사람들은 자기들에게도 이반의 염소 같은 염소를 달라는 게 아니라 이구동성으로 이반의 염소를 죽여 달라고 말했다.

너무도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사회주의 민족성을 드러낸 속담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사촌이 논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우리나라 속담이 생각이 난다.

그런데 정말 사촌이 논사면 배가 아픈가! 아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이속담은 원래는 ‘사촌이 논을 사면 배라도 아파야 할 텐데’ 라는 말이다. 남이 잘된 것에 배 아파하지 못하는 우리 민족의 깊은 정에 대한 속담이다. 옛날 시골에는 거름으로 변을 사고팔기도 했다. 비료나 퇴비가 없었던 시절엔 거름으로 인분이 주로 사용되었으므로 배라도 아파 사촌의 논에 가서 거름이라도 보태주고 싶은 우리의 깊은 정에 대한 마음의 표현이다. 이것이 일제 강점기 시절에 일본이 남이 잘 된 것에 배 아파하는 느낌의 속담으로 바꿔버린 것이라 한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왜곡된 의미의 속담으로 알고 있어서 생각을 되돌리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이 속담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다.

얼마 전에 사촌동생이 박사학위를 받았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약국을 경영하며 눈, 코 떨새 없이 바쁜 와중에 이루어 낸 그 집념과 학구열에 모두가 찬사를 보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회활동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봉사활동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문중 회보에 축하의 글을 싣고,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가문의 영광으로 다음 모임에 간단한 이벤트도 의논하기로 했다. 꿈을 일궈가는 웃음 뒤에는 아무도 모르게 흘린 땀과 눈물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우리가 진심으로 깨달을 때 진정한 사랑과 감사를 나눌 수 있다.

잘못된 부정적이고 왜곡된 평등의식이 있다면 늦었지만 이제라도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자신만이 홀로 절망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촌이 논을 사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는 헤아리지 않고 나타난 결과만을 놓고 자기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 가난한 사촌보다는 잘 사는 사촌이 있어 든든하고 심적 부담이 없고 너무 좋지 않는가!

친구도, 이웃도 마찬가지다. 우리 주위에 나보다 잘나가는 사람이 많으면 덕을 봤으면 봤지, 손해 볼 일은 없다. 오늘도 테니스 클럽 경기가 끝난 후 한 회원이 모두에게 식사를 푸짐하게 샀다. 가족적인 분위기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심신이 풍요로운 하루였다. 뿐만 아니다. 우리는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 멕시코에서 발병한 신종 바이러스 플루트감염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남의 나라도 다 잘 되어야 우리나라도 잘되고 나아가 나도 행복할 수 있다.

하물며 가까이 있는 친족인 사촌이 논을 샀는데 왜 배가 아픈가! 어떻게 노력해서 논을 샀는지 그 방법을 알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한 수 배우려고 해야 한다.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도 이런 교육을 시켜 조상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함께 다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식이 모여야 정파 간, 계층 간 갈등이나 위화감도 점차 해소되고 우리 주위가 건강하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은 떨쳐버리자.

푸르름이 깊어가는 성하의 계절, 그러나 국내외적으로 어렵고 힘든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서로 양보하고 화합하고 그래서 모두의 마음속에 희망과 사랑이 흘러 넘쳐야한다. 남도 나처럼 잘 되기를 바라고, 잘 되도록 도와주는 사회가 되면 자기 스스로에게도 그 잘 됨이 돌아오지 않겠는가! 사촌이 잘 되는 모습을 보고 박수치고 격려할 줄 아는 사회를 만들자! 그것이 함께 잘나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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