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년 전의 첫제자들이 김종상 선생님의 은덕을 기려 시비를 세웠단다. 그리고 모교인 상주 외남초등학교의 가을운동회날에 맞추어 시비제막식을 한단다.
20대에 첫발령을 받아 열정을 다해 가르친 첫제자들...졸업시켜 사회에 내보낸후 50년이란 세월이 흐르고...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반백의 제자들이 뭉쳐서 칠순이 넘은 초로의 선생님을 위해 시비를 세우고...가을운동회날 모교에서 손주 같은 50년 후배와 어우러져 시비제막식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내게 닥친 행운이 아님에도 감동의 물결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사도가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졌다는 요즈음 이런 기막힌 행운을 거머쥘 수 있는 스승은 이 땅에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선생님의 권위는커녕 욕이나 한바가지 얻어먹지 않으면 다행인 요즘 세태에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다.
인간극장에나 나올법한 한 편의 감동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과연 제대로된 스승인가 하는 반성이 앞선다. 50년이 지난 뒤에도 잊지않고 담임선생님을 찾을 정도의 그런 포스를 발휘하려면 과연 얼마만큼의 사랑을 제자들에게 쏟아부어야 할까?
부럽다. 미치도록 부럽다. 아직 50살까지 살아보지 못해서 교직 50주년이라는게 어떤 느낌일지 가늠하기조차 힘들지만, 내 살아생전에 50주년 아니 40주년 아니 30주년이나 제대로 맞이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지만, 시비가 아니어도 첫제자들이 찾아와 주기라도 한다면 난 감격의 눈물을 펑펑 흘리리라.
50년이면 반세기다. 평균수명이 50세인 스모선수가 제명을 다하는 시기이고, 공자가 나이 쉰에 하늘의 명령을 알았다고 한데서 연유해 생겨난 지천명의 나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숫자의 개념은 태어날때부터 시작되는 나이의 개념이기에 50주년과는 기본이 다르다. 그래서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게 아닌가 한다. 교사자격증을 받고부터 50년을 한결같이 다른데 한눈팔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반평생을 살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김종상 교장선생님은 경이로운 기록이 참 많다. 남들은 40년을 채우기도 힘든 교단을 50년 넘게 지키셨다는거...
유석초등학교 한 학교에서만 40여년을 계셨다는거...그리고 칠순까지 교장선생님으로 현직에 남아계셨다는거...
이번에 또 하나, 50년전의 첫제자들이 뭉쳐 모교 땅에 시비를 세워드렸다는거...
이런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평소에 쌓아온 교장선생님의 열린 마인드 덕분이 아닌가 한다. 부하직원이든 어린 학생이든 굵직한 외부인사든 지나가던 촌로든 늘 한결같이 대하던 그런 포용의 철학이 몸에 베어있었기에.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첫제자들도, 그네들의 손주인 10살도 채안된 코흘리개 꼬마들도, 모두 모두 교장선생님의 팔다리에 스스럼없이 매달리는 것을 보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제자사랑을 실천한 선생님의 변함없는 사랑이 있었기에 이런 일이 가능한게 아닌가 한다.
아동문학사의 큰 획을 그은 분이면서도 젠체하지 않고 누구한테나 겸손하고 친절했던 김종상 교장선생님의 ‘익은 벼의 낮춤 처세법’을 이번을 계기로 한수 배워야 할 것 같다. 아, 살아생전에 내게도 이런 멋진 감동 신화가 찾아오려나~
< 첫제자들이 알려온 김종상 선생님 시비 제막식 일정 >
• 일시 : 2008년 9월 19일(금) 오후2시
- 서울출발 : 당일 오전 9시 30분(사당역 1번 출구 옆 주차장 신일관광버스 대기)
- 서울도착 : 당일 오후 7시경 도착 예정
• 장소 : 경북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 가로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