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고교생의 75%가 휴대폰 사용에 '중독'되거나 다른 일을 못 할만큼 심각하게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이 최근 휴대폰을 가진 수도권 고교생 368명에게 '휴대폰 중독 문항'(20문항)을 주고 응답결과를 분석한 결과, 25%(92명)가 중독집단, 49.73%(183명)가 의존집단에 속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휴대폰 비중독자는 전체의 25.27%(93명)에 그쳤다.
연구자 양심영 교수(숭의여대)는 "휴대폰 사용으로 인해 개인의 통제력을 잃어 일상생활이나 기능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단계를 중독으로 본다"며 "10여개 내외의 문항에 대해 '그렇다'고 응답했다면 중독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학생들은 '가족이나 친구와 있는 것보다 휴대폰을 이용할 때가 더 좋다'는데 65.2%가 '매우 그렇다', 18.2%가 '종종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3.3%에 불과했다. '우울하고 불안했다가도 휴대폰을 사용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데에도 60.1%가 '매우 그렇다', 19.6%가 '종종 그렇다'고 답했으며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역시 3.3%에 그쳤다.
또 '휴대폰 때문에 학교성적이나 공부에 지장을 받는다'에 대해서도 60.3%의 학생이 '매우 그렇다', 22.8%가 '종종 그렇다'고 답했으며, '휴대폰을 하지 않을 때도 휴대폰이 울린 듯한 착각에 빠진다'는 데에도 60.3%가 '매우 그렇다', 15.8%가 '종종 그렇다'고 답변하는 등 대부분의 중독 문항에 대해 '그렇다'는 응답율이 높았다.
이들 학생의 하루 평균 휴대폰 사용시간은 171분으로 조사됐다. 하루 3시간 이상 휴대폰을 사용하는 학생만도 전체의 21.5%에 달했다. 휴대폰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44.8%), '또래집단으로서 소속감을 느낀다'(47.3%)는 응답이 많았다.
월 평균 이용 요금은 약 4만 4000원으로 월 3∼5만원을 사용하는 학생이 38.1%로 가장 많았다. 2∼3만원이 25.7%, 5∼10원에 달하는 학생도 22.1%나 됐다. 요금은 대다수인 84.8%의 학생이 부모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휴대폰 사용 이유와 중독 성향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의존집단이나 중독집단일수록 휴대폰을 사용함으로써 스트레스나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고, 또래간 소속감도 형성할 수 있다고 답했다.
양심영 교수는 "휴대폰에 중독된 집단일수록 휴대폰 사용이 자신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인지하기 때문에 휴대폰 사용을 문제시하지 않고 자신도 모르게 중독화되어 가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청소년개발원이 2001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휴대전화 보유율은 43.4%로 1999년 보유율 12.1%보다 약 3배 이상이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