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차 교육과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수준별 수업과 창의적 재량활동이다. 특히 창의적 재량활동은 후기 산업 사회인 지식 기반 사회에서 필수적인 활동이다.
그런데 창의적 재량활동은 국가가 교육과정과 교과서, 교사 지도서를 연구 개발해 학교에 보급하지 않고 단위 학교와 교사가 활동할 경험을 구성해 지도하도록 돼 있다. 한마디로 재량권을 보장해 준 것이다.
그런데 재량권을 충분히 살리려면 모둠 학습 교실, 종합교과 교실, 특별교실, 다목적 교실 등 학생의 선택을 다양하게 수용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우선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 외에도 창의적 재량활동을 가로막는 조건들이 교육현장에 산재해 있다.
첫째, 창의적 재량활동을 지도할 전문적인 교사가 없다. 창의적 재량활동은 범 교과나 자기주도적 학습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교사를 요구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수업 시수가 적은 교사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책무성이 떨어지고 학생들은 진정한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성을 지닌 교사의 확보가 매우 시급하다.
둘째, 담당 교사의 지도력 신장을 위한 다양한 연수 기회가 매우 부족하다. 제7차 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도입된 창의적 재량활동은 운영에 있어 생소한 부분이 많아 교사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점에서 집단적이고 단편적인 전달 연수에서 벗어나 교사들이 다양한 실천사례를 접하고 개선방안을 고민해보는 실질적인 연수가 이뤄져야 한다.
셋째, 창의적 재량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 정보 자료가 개발·보급되지 않아 교사 개인이 학습 영역에 따라 자료를 선정하거나 제작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그런 정보나 자료가 창의적 활동자료로써 적합성과 타당성을 갖췄는지도 검증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교육청 단위에서 적합성과 타당성을 지닌 교재를 개발하고 지도 자료를 제작·보급하여야 한다.
사실 학습자료 없이 창의적 재량활동을 운영한다는 것은 창의적 재량활동의 어느 영역이든 간에 형식적인 운영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시범, 연구학교를 통해 연구된 결과나 실천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고 구체적인 자료 보급으로 운영의 일반화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학습자료공모전이나 교육방송 또는 에듀넷 등에서 그런 교육자료를 제작·보급해 활용도를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 하겠다.
넷째는 교사 수급 상 학생들의 희망을 모두 수용하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실제로 창의적 재량활동을 운영하는 43개 중·고교를 최근에 설문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범 교과 학습 영역의 선정에서 2∼5개 정도의 영역을 선택한 학교가 중학교는 73%, 고교는 90%로 나타났다. 이는 학생 각자의 학습 능력과 취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다양한 창의적 재량활동이 지도 교사의 수급 부족이나 제반 여건상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다섯째는 창의적 재량활동에 대한 교사들의 이해 부족이다. 아무리 좋은 시설, 자료, 여건을 구비했다 하더라도 교육과정에 대한 교사들의 이해가 부족하고, 실행하기 어렵다는 부정적 인식만 팽배해 있다면 효율적인 운영은 어려워 질 것이다.
창의적 재량활동을 끌고 나갈 주체는 결국 교사다. 교사의 실천 의지에 따라 운영의 효과와 학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교육과정을 상호 이해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연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창의적 재량활동의 운영이 활성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