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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고3 선생님의 순직을 애도하며


오늘 아침 청주 충북고등학교 백종덕 선생님의 비보를 들으면서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매일 아침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혼신을 다하여 지도하시다가 순직하신 것이다. 진심으로 애도하며 명복을 빈다.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이 학생지도에 최선을 다하지만 고3 담임 선생님의 일상은 특별하다. 7시 30분까지 출근하여 빡빡하게 짜여진 수업을 해야 하고, 틈틈이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보충학습이 끝나면 또 밤이 깊도록 야간 자율학습 지도를 해야 한다. 그런 일이 하루 이틀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한 해 전 겨울방학 때부터, 아니면 전년도 수능시험이 끝나는 순간부터 고되고 벅찬 길을 가고 있다.

수험생들이 입시 정글에 혈투를 벌이고 있는 매 순간을 함께 하면서 고 3담임 또한 피 말리는 싸움 속에 빠져 든다. 그 싸움은 실력 향상이라고 하는 가시적 성과와의 싸움이기도 하고, 자신의 인내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또한 학급 내 몇 명의 일탈 학생들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고3 담임은 시쳇말로 가정을 포기하고 학생과 학교에 매달려 있다. 모의고사 결과에 따른 지도 대책 마련, 진로지도 상담, 학부모 상담, 자율학습 지도, 기타 업무 처리 등 고3 담임이 해야 할은 너무나 많다. 그야말로 신체적 정신적 한계에까지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고 3 담임이라고 하여 특별한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학생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있기 때문에 그저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초·중학교 선생님들의 열정과 헌신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고3  담임 선생님의 열정과 헌신은 더욱 특별하다.

지난 10년간 계속된 교단의 갈등과 교원 따돌리기 속에서 전의(戰意)를 잃어버릴 만도 하지만 고3 담임은 예나 지금이나 학생지도에 최성을 다하고 있다. 본인도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자신을 희생해 가면서 입시지도에 혼신을 다한 바 있다. 고3 담임의 꿈은 무엇인가. 다름 아니다. 자신이 맡고 있는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척척 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한계에 맞닥뜨리면서 망가져 가고 있는 것도 모른다.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고 마는 것이다. 백종덕 선생님이 그러하셨고, 많은 선배 선생님들이 그러하셨다. 우리 주변에 그렇게 희생되신 분들이 너무나 많다. 매번 그럴 때마다 당시만 조금 관심을 갖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그냥 잊어버린다. 행여 열정이 넘쳐 조금만 잘못하거나 실수하면 ‘소위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비난을 쏟아 붓는다. 

학교현장에 몰아닥친 자율과 경쟁, 이는 고3 담임에게 더욱 특별한 헌신과 희생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물론 학생들의 진로 개척과 성장을 위한 것이라면 특별한 불만이 없다. 그런데도 이와 같이 열정을 다하는 분들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없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교단 선생님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킨 여러 가지 조치들에 대하여 우려할 필요가 있다. ‘교사 봉급 세계 최고’라는 자극적인 보도로 국민들로부터 이간시키는 세력도 있다. 평생을 바쳐 지켜온 교단을 정치적 이해로 재단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노후조차 보장받을 수 없게 만드는 연금법 개악도 또 하나의 큰 걱정거리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 교육은 희망적이다. 젊음을 바쳐 교단을 지킨 백종덕 선생님과 같은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백 선생님의 순직이 헛되지 않도록, 그분과 같은 열정이 식어버리지 않도록 적극 지원하고 배려하는 정책 마련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고3 선생님의 헌신에 걸맞은 지원책과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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