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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이야기> 얘들아, 미안∼


올 3월 첫발을 내디딘 새내기 교사다. 3학년을 맡고 어찌나 많은 실수를 저질렀는지 지금도 손가락으로 꼽다보면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3월 2일 토요일 첫째 날.
개학식을 마치고 하교 전 '주간학습안내'를 나눠줬다. 나로서도 처음 '주간학습안내'를 본 거라 어떻게 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는 거예요?"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가르쳐 주실 거야"라고만 하고 돌려보냈다.

그런데 아뿔싸! 시간표 란이 비어 있는 게 아닌가. 알림장에 시간표를 써줘야 하는 걸 몰랐던 것이다(당연히 주간학습 안내에 나와 있는 줄 알았다). 밖을 내다보니 아이들은 이미 없었다.

드디어 월요일 아침.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선생님, 오늘 무슨 공부해요?" "전 시간표 몰라서 책 다 갖고 왔어요." "전 아무 것도 안 가져왔는데 괜찮죠?"

교실 전화벨까지 울렸다. 수화기 속에서 걱정스러운 듯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무슨 책을 가져가야 할 지 몰라 학교에 못 가고 있어요…."

그 때서야 내가 저지른 실수가 얼마나 큰 일인지 깨달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아이들끼리 시간표를 알아내기 위해 서로 전화하며 한바탕 소동이 났었다고 한다. 하지만 난 미안하단 말도 못하고 "오늘은 기본학습방법을 배울 거니까 교과서 없어도 돼요∼"하며 태연한 척 그 사태를 넘겨
버렸다.

개학 첫날부터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외우려고 매일 출석을 불렀다. 출석을 부르면 '○번 ○○○입니다'라고 말하도록 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떠들고 장난치느라 내가 부르는 소리를 못 듣는 일이 많았다.

그 날도 어김없이 출석을 부르며 "오늘 대답 못하는 사람은 앞으로 나와 혼난다"고 엄포까지 놓았다.
"1번∼" "1번 ○○○입니다" "2번∼"
"2번 ○○○입니다" "3번∼" "3번 ○○○입니다" "4번∼" "……" "4번∼" "……" "4번!" "……" "4번 누구야! 이름 부르면 앞으로 나와!"

난 출석부를 펼쳤다. 또 아뿔싸. 4번 이름에 빨간 줄이 그어져 있었다. '아차' 전학간 녀석이었다. 화가나 출석부를 펼친 나 때문에 교실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고개를 든 나는 헛기침을 하며 "4번은 전학가서 대답이 없었군요…." 에구…아이들이 담임을 어떻게 생각했을지…. 되돌아보면 하루에 한번은 꼭 실수를 했던 것 같다. 뭐에 그리 홀렸는지. '얘들아∼선생님 이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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