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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상상력과 비전이 담긴 교육 정책을 기대하며


차동엽 교수의 <무지개의 원리>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한 철학자가 건축 공사장에서 한참 일하고 있는 인부 세 사람을 향해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맨 앞에 있던 사람은 “ 보시다시피 벽돌을 쌓고 있소이다”라고 대답했고, 그 옆에 있는 사람은 “벽을 쌓고 있습지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맨 뒤에 있던 사람은 생기 넘치는 표정으로 “성당을 짓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세 사람 모두 똑 같은 일을 하면서도 이렇게 다르게 대답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 따라서 다르게 이야기 하고 있다.
 
맨 처음 대답한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 자체에만 관심을 두고 있을 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와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단지 기계적으로 시킨 일만 할 뿐, 어떤 새로운 기대를 갖기가 어려운 사람이다. 또한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절대로 만족감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다. 아마도 평생 벽돌만 쌓고 말 것이다.

두 번째 사람은 어떠한가. 벽돌을 쌓으면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어느 정도 결과를 예측하고 있는 것 같다. 벽돌을 쌓아 담을 만들 것이라는 이 사람의 확장된 사고는 최소한 ‘담’으로서 기능과 가치를 생각하면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기계적인 반복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자기가 쌓고 있는 벽돌이 최소한 ‘담’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어느 점을 조심해야 하는 것 정도는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세 번째 사람의 대답을 듣는 순간 우리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그가 하고 있는 일은 ‘벽돌 쌓는 일’에 불과하지만 이 일의 결과가 가져올 수 있는 놀라운 상상을 하면서 담을 하고 있지 않은가. 벽돌을 쌓으면서 ‘성당을 짓고 있다’는 이 혜안은 참으로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 보이지 않은 성당을 마음속에 그리면서 벽돌을 쌓고 있는 것이다.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놀라운 상상력에 감탄하면서 많은 생각을 해 본다.

지금 우리 사회는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많은 것을 기획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단지 정권교체만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향후 5년 또는 그 이상의 오랜 시간을 뛰어 넘는 국민의 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쏟아내고 있는 다양한 꿈들을 보면서 지금 우리는 ‘꿈의 계절’을 만끽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꿈을 갖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다. 왜냐하면 늘 거기에는 희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인수위에서 만들어 낸 여러 가지 꿈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많은 꿈 중에는 ‘벽돌 쌓는 일’ 정도의 안타까운 일도 있고, ‘담을 쌓고 있는’ 정도의 대견함도 있다.

정부조직법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슬림 정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 단지 ‘행정 능률의 효율화’를 위해서라면 우리는 선뜻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거기에는 ‘성당을 짓는’일 만큼의 놀라운 비전과 상상력이 담겨 있어야 한다.

교육 문제만 해도 그렇다. 단순히 기구 및 조직을 개편하고, 권한 및 업무를 이양한다고 해서 우리가 안고 있는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는 없다. 즉 교육의 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 공교육 활성화 방안, 교육 격차 해소 방안 등 근본적인 처방과 대책이 나와야 한다. 최근 대학입시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설익은 정책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절실하게 든다.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출범한 정권인 만큼 국민의 원대한 꿈을 담아내는 데에 보다 최선을 다해 주었으면 한다. 우선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벽돌이나 쌓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의 꿈을 담아낼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제까지 지난 정부에서 하지 못한 일들을 이명박 정부에서는 해 주었으면 한다. ‘성당을 짓는’ 정도의 거시적이고 통합적인, 그러면서도 놀라운 상상력이 담겨 있는 정책들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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