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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학교운영지원비 납부 거부, 대책 마련해야

중학교 의무 교육이 2002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여 2004년도에 전면 실시되었다. 헌법 31조에 의하면 초등학교와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무상교육으로 하게 되어 있음에도 중학교 의무교육 시행 5년째인 지금에도 중학교에서는 학교운영지원비를 징수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학부모와 관련 당사자들은 중학교의 의무교육이 전면 시행됨에 따라 학교운영지원비 징수의 법적 당위성이 상실되었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초·중등교육분야 교육재정 중 국가부담 비율이 76.2%로 OECD 국가 평균 92.4%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운영지원비 징수는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러나 학부모 단체 등에서는 무상교육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 조문을 들어 그 부당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학교운영지원비 납부 거부와 이에 대한 반환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어느 학교에서는 일괄 징수한 학교운영지원비를 반환한 바 있고, 또한 어느 지방의회에서는 “중학교 학교운영지원비 폐지 입법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하였다. 사태가 이러한대도 정부나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뚜렷한 지침 하나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2008학년도 단위학교 교육예산에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하니 걱정이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10월 31일 ‘법적근거 없는 학교운영비 서울시 교육청 또 예산 책정“이라는 기사를 낸 바 있다. 이는 비단 서울의 학교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학교에 해당되는 일이다.

지금은 대선 정국에 묻혀 잠잠하지만 새학기가 되면 전국민의 관심사로 부각될 가능성이 매우 크며, 실제로 거대한 조직을 결성하여 이에 대한 조직적인 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나 교육당국에서는 대책 마련은 하지 않은 채 “학교운영지원비를 징수하는 것은 학교운영위원회가 자율로 결정한다”는 궁색한 논리를 되뇌면서 손을 놓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난 10월 2일 “중학교 운영지원비 못 내겠다”는 중앙일보 보도와 관련 교육인적자원부가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이는 국민이나 학부모를 설득하기에는 너무나 원론적이고 피상적이라는 지적이다. 그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운영지원비 징수는 무상교육의 범위에 대한 학설, 헌법재판소의 판례와 외국의 사례 등을 제시하면서 위헌소지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 재정 형편을 고려하여 입법권자가 법률로 정한 경우는 학교운영지원비를 징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둘째, 학교운영지원비가 학교회계직원의 인건비, 교원연구비 및 제 수당, 학생회 자치 활동비, 학교 운영비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열악한 지방교육재정 여건과 학교설립 및 교육환경 개선을 위하여 추가적인 재정수요가 증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운영지원비를 보전할 예산 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나라 중학교의 교육현실을 잘 알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학부모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원론적인 이야기로 그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이해를 얻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것 같다. 사실 우리 국민과 학부모는 2002년 중학교 의무교육 확대에 많은 기대를 했다. 의무교육에 걸맞은 교육재정을 확보하여 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교육 수준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교육재정은 여전히 열악하였고, 그 열악함으로 기존의 교육 사업들이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일이 오히려 많아졌다. 이는 해마다 교육재정을 조금씩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증가폭을 뛰어넘은 교육재정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학교운영지원비를 폐지가 가져올 부작용이 적지 않은데도 일방적으로 폐지만을 요구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우선 당장 내년 정부예산에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없다면 학부모 단체를 포함한 이해 당사자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 그들과 진지하게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언제까지 단위학교나 지역사회에 이 문제를 맡겨둘 수만은 없을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이들과 대화하고 토론하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이에 앞서 우리 모두 관심을 가지고 고려해야 할 문제들은 있다.

첫째, 중학교 의무교육을 지나치게 무상교육과 연결시키는 것은 국가 재정 현실과 비추어 볼 때 우리 교육을 부실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 6월 15일자 오마이뉴스에서는 “중학교 예산 70%가 학부모 부담, 의무교육 무색”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즉, 현장체험학습비, 학생수련활동비, 학교급식비, 방과후학교 활동비, 졸업앨범비 등 수입자부담경비와 학교운영지원비 등 학교예산의 70%를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교육 현실에서 오로지 무상교육에만 초점을 맞춰 의무교육을 논하게 되면 교육활동은 현저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 학교운영지원비에 국한된 논의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모든 교육활동 경비를 국가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게 될 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차제에 의무교육에 대한 국가 부담과 수요자 부담을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고, 이에 대한 구체적 지원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교육활동의 계속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사실 학교운영지원비는 학교회계직원의 인건비, 교원연구비 및 제수당, 학생자치활동비, 학교운영비 등에 쓰인다. 일부 학부모나 국민들은 학교회계직원의 인건비, 교원연구비 및 제수당은 학생의 교육활동과 관계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는 국가예산을 들여서 지원해야 할 부분인데도 교육재정상 국가가 부담하지 못한 부분을 학교운영지원비로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학교운영지원비를 폐지하여 이와 같은 활동에 대한 지원이 위축되었을 대 교육계가 안게 되는 손실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초등학교의 경우처럼 국가예산으로 전액을 충당할 수 있다면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될 것이다. 이에 대하여 교육당국에서는 국가 부담의 필요성과 아울러 수익자 부담의 고충을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단위학교와 지역사회, 학부모와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헌법의 의무교육 정신과 현실적 제약으로부터 야기된 갈등은 구성원의 단합과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2002년 당시 중학교 의무교육의 단계적 실시과정에서도 학교운영지원비 폐지가 논의된 바 있으나 획일적으로 폐지할 경우 학교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었다. 그리하여 초·증등교육법에 ‘학교운영비의 조성·운용 및 사용에 관한 사항’을 두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사항으로 규정해 놓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학교운영지원비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자발적인 활동의 결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지역내 교장협의회에서 협의된 일정액을 학교운영위원회가 추인함으로써 생겨난 것에 불과하다. 이는 학부모와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는 데에 실패하였고, 결국에는 구성원의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학교운영지원비 징수는 이해 당사자간 갈등과 분열 조장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현재처럼 정부의 뒷짐 지고 건너다보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물론이고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하여 보다 솔직한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교육재정이 열악한 현실을 국민과 학부모에게 이해시키면서  협조를 요청하든지 아니면 그들의 요구대로 이를 폐지하고 이의 결손액을 확보에 주력하여야 한다. 학부모와 국민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면 단계적이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여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지금 당장 조용하다고 하여 안심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는 언제라도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크게 때문이다. 더더욱 이를 지역교육청이나 단위학교의 문제로 축소시켜 놓고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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