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보를 책에서 얻는 것이 한계에 부딪혔다. 그래 현지 사람 아니면 현지 신문 문화면에 소개되는 정보를 통해 탐방지를 정한다.
이번엔 이란 유명 유적지 그림이 곁들린 탁상용 캘렌더에 나오는 산꼭대기에 덩그렇게 철옹성 같은 성이 있어 이를 찾아나섰다. 바박성으로 알려진 이 성은 테헤란에서 이란 서북쪽으로 약 800여 km 떨어진 곳에 있어 큰 마음 먹지 않으면 찾기가 무척 어려운 오지 유적지이다.

일단 테헤란에서 이란 북서부 중심도시 타브리즈(Tabriz)로 가 거기서 다시 북동쪽으로 약 200여 km 떨어진 켈리바르(Kaleybar 인구 17,000명)란 작은 도시로 가야 이 성을 오를 수 있다. 이 성을 찾아가는 길도 멀거니와 교통이 불편해 여간 힘들지 않았다.
새벽 6시에 타브리즈에 도착해 바로 켈리바르로 가는 합승 택시가 있어 행운을 잡았다. 아침이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낮은 구릉으로 이루어진 들녘을 달리는 쾌감 또한 멋있었다. 꼭 2시간이 걸렸다. 도착해 한 식당에서 산행을 위해 양고기 케밥으로 아침을 거나하게 때우고 성으로 오르는 입구까지 택시로 이동한다.
오르는 길이 두 갈래이다. 계곡 숲을 타고 오르는 길과 약간 위쪽 바박 호텔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있다. 둘다 장단점이 있다. 계곡 숲을 타고 오르는 길은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그러나 등정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약 3-4시간 정도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대부분 이 코스를 택한다.
바박 호텔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거리가 짧아 한 2시간 정도 걸린다. 필자는 바박 호텔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택했다. 숲이 없는 밋밋한 산을 타고 오른다. 평범한 코스로 햇볕과 싸움이 다소 힘들었다.

그러나 확 틔인 시야 때문에 저멀리 아제르바이잔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다. 저 멀리 양떼들이 노니는 모습도 보인다. 이쪽으로 오르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필자는 보통 두시간 걸린다는 코스를 1시간 20분만에 주파했다.
성 바로 밑에 자그마한 휴게소가 있어 힘든 심신을 달래기위해 차를 한 잔 마신다. 깎아지듯한 바위 절벽 위에 절묘하게 성이 세워져있다. 도대체 이런 절벽위에 어떻게 이런 거대한 성을 만들었을까? 네모난 저 많은 돌을 어떻게 이동해서 쌓았을까?

성이 위치한 해발이 자그마치 2,400m 라고 하는 데 밑에서 오르는데만 3-4시간 걸리는 거리인데 모든 물자를 옮겨오는 비밀도 있겠다. 목을 축이고 성으로 오른는 데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오르는 성 오른쪽에 당나귀 큰 우리가 보인다. 한 여나므 마리 당나귀가 서성이고 있다. 이 당나귀들이 필요한 건축자재를 운반했단다. 한 마리당 한 번에 60-80 kg 정도를 옮긴단다. 마침 당나귀 댓마리가 또 물건을 운반하기하기 위해 하산하는 모습이 보였다.

성 정상에 서보니 온천지가 내 세상이다. 밑으로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난다. 적군이 어디서 어떻게 침입해오는 지 훤히 알 수 있겠다. 성 곳곳에 적군 침입 관측 전망대도 보인다. 밑으로 경비병 한 명이 들어갈만한 초소도 보인다. 한 마디로 천연요새 성 같았다.
이 성의 최고 사령관이 바로 아제리 사람 바박이라는 사람이다. 9세기 경 아제리 족이 집단적으로 살았던 이 지역에 당시 세계를 지배하던 아랍족들의 침입이 잦아 아제리 족들이 늘 고통에 시달렸다.
이 때 혜성처럼 나타난 사람이 산악 전투(게레라전)에 뛰어난 전술을 갖고 있던 바박이라는 지도자였다. 바박은 아제리 족을 보호하기 위해 이곳에 성을 쌓기 시작했다. 일단 이 성에 오르기만하면 안전이 보장되는 그런 곳이다. 이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조르아스터교와 이슬람교를 숭배하면서 아제리 족의 정체성을 유지했다고 한다.

아제리 족 수천명은 매년 6월 마지막 주에 이 산성에 모여 바박의 탄생 기념 행사를 거대하게 가진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조상에 대한 감사와 그들만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특별 의식을 치룬다고 한다.

비록 잘 알려진 유적은 아니지만 1,200여년의 역사를 가진 바박성의 신비를 맛보고 다시 삶의 터전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