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열사의 나라에 푸른빛을 감싸며 잔잔히 푸른 강이 흘러간다면 모두가 의아해 할 것이다. 이란의 보석, 이슬람의 문화수도 에스파한에 한 폭의 파노라마 수채화 같은 자얀데 강이 시내 중심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그야말로 한 폭의 사생화 그림 같다.

강폭이 넓은 곳은 200여 미터 좁은 곳은 100여 미터로 그 길이만도 수 백 킬로미터를 넘는다고 한다. 물살도 빠르지 않고 완만히 흐른다. 도시 자체가 관광 전원도시라 폐수를 쏟아 낼 공장이 없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래 거대한 강치고 물이 너무 깨끗하다. 물의 투명도가 한 5미터는 되겠다. 수심이 낮은 깨끗한 물에 고기들이 떼를 지어 유영하는 모습이 눈에 잡힐 듯 훤히 보인다. 목이 마르면 그 자리에서 물을 떠 마셔도 되겠다.

이 강이 있었기에 압바스 대왕이 이곳에 사파비 왕조 도읍지로 정해 세계 역사에 길이 남을 이맘광장과 불후의 명작과 같은 씨오세 다리를 건설했는지 모른다. 5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씨오세 다리는 그동안 몇 번

에 걸친 지진에도 끄떡없이 그 옛 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하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 자얀데 에 오리 보트를 띄워 시민들이 강을 즐기도록 해놓았다. 곳곳에 힘차게 솟아오르는 분수도 만들어놓았다. 강열함과 잔잔함이 한데 어우러진 이 강은 생명을 잉태하는 것처럼 용트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명물 씨오세 다리 밑 나지막한 물길로 많은 시민들이 신을 벗어들고 첨벙첨벙 걸어간다. 그래야 진정한 자얀데강의 온기를 느낄 수 있겠다. 그래야 자기들 강에 대한 자부심도 사랑도 더해지겠다. 가족끼리 여인끼리 다리 옆 물길을 밟으며 걸어가는 모습이 마치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건너는 것 같은 분위기 같다. 바로 옆에 씨오세의 튼튼한 33개의 교각이 받혀주고 있기에.

강 양 옆으로 그림처럼 조성된 푸른 공원 곳곳에 자리를 깔고 강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사람들이 마치 신선처럼 느껴진다. 숲을 등지고 강물을 가슴에 품고 그리고 산을 이마에 이고 그러면서 사색에 잠기면 절로 신선이 되겠다. 이런 신선들이 내 보내는 잔잔한 미소가 잔물결에 얼비쳐 내게로 밀려온다. ‘베파르머이드’ 하면서 살짝 자리를 내미는 이들은 확실히 신선처럼 마음의 고요가 묻어나는 것 같다.
새벽녘 강가 물안개는 마치 지난 밤 수많은 인파들이 남기고 간 사랑 이야기를 모아 하늘로 전달하려는 듯이 머리를 휘감으며 피어오른다. 사막 특유의 기후 조건 때문에 밤낮 기온차가 심해서 생긴 물안개는 오백년 고도 에스파한의 여유로움을 더욱더 감칠맛 나게 하는 것 같다.

안개가 피어오르는 강가 한가운데 물풀 위에 물새들이 먹이를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다. 강이 맑기에 먹거리도 깨끗하겠다. 물촉새처럼 생긴 새가 흰 두루마리를 입었다. 사람을 보고도 놀라는 기색이 없다. 이들도 사람과 어울려 자연에 동화되었는가 보다.

까만 차도르를 단정히 걸친 한 여인이 남편인 듯한 임과 함께 물안개를 헤집고 산책하는 모습이 어느 구도자 같은 느낌이다. 사람은 역시 강을 통해서 역사를 이루고 제국을 이루는 모양이다.
강은 삶의 교과서와도 같다. 이 강을 통해서 심오한 철학도 문화도 터득했는가 보다. 한번 아래 흘러간 물은 거슬려 다시 오르지 못한다든가, 흘러가면서 온갖 오염된 찌꺼기들을 스스로 삼키면서 자정하는 모습이라든가, 저 척박한 땅에 자기 몸을 던져 생명을 다시 창조한다든가, 숨쉬는 모든 생명의 젖줄로 마지막 보루로 남아있는 것이 바로 강이다.

자얀데강의 이런 여유로움을 가슴에 깊이 퍼 담으면서 오늘도 이란의 찬란한 문화, 역사의 산실 에스파한 자얀데강의 여유로움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