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라 유적을 안내하는 그림에 이 밥(Bab) 시크 협곡의 사진이 언제나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 협곡은 오벨리스크 무덤에서 남쪽으로 약 300m 내려가면 나타나는데 정확한 이름은 ‘밥 시크(Bab as-Siq)이다.

우선 입구에서부터 압도를 당하게 되는데 깎아지는 듯한 절벽이 서로 맞닿은 듯한 협곡이 무려 1.2km 에 펼쳐진다. 협곡 양쪽으로 펼쳐진 장관은 그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숨 막히는 파노라마이다.
돌산 바위산의 형형색색의 모양들이 저마다 자기 모양을 뽐내며 곧 무너져 내릴 듯이 고개를 쳐들고 있다. 갈색 그리고 약간 푸른빛 아스크림을 짠 듯한 바위들이 큰 등줄기를 이루며 이어져있다.
분홍빛이 감도는 색채와 바위에 새겨진 오묘한 무늬는 페트라를 더욱 신비롭게 해준다. 그 틈새로 작은 장방형 토굴들도 보인다. 이 토굴들은 이름모를 서민들의 무덤인 듯하다.

나바티안인들은 도시를 `쌓아서` 만들지 않고 `깎아서` 만들었다. 석굴, 신전, 무덤, 수도원 등 모든 것을 바위를 깎아 만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사의함에 틀림없다. 최근에 인터넷 투표에서 힘없고 약한 나라 요르단에 있는 이 유적이 신 불가사의로 오르게 되는 이 유적이 가지는 역사적 가치와 웅장함과 그리고 유적들이 넓게 분포되어 있다는 지리적 조건 때문에 당당히 선정된 것이 틀림없다.
참고로 새로 등록된 신 7대 불가사의는 모두가 인구가 많은 국가 유적이 선정된 것이 깨운한 맛이 덜하다. 중국 만리장성, 인도 타지마할, 브라질 예수상 등이 그 한 예이다. 모두 인구가 억을 넘는 나라들이다. 80여년의 역사 밖에 안 되는 브라질 예수상은 선정 후에도 말이 많았다. 그러나 요르단 페트라가 선정 된 것은 어느 누구도 이이를 달지 않았다.

신비의 불가사의로 선정 된 페트라(Petra)라는 어원은 그리스어에서 왔다. 바위, 돌 절벽이라는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 어원으로 이곳을 탐방해 보면 그 의미가 금방 마음에 와 닿는다.
한 때 전설 속 소문으로만 전해졌던 잃어버린 도시 페트라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약 200여 년 전 1,812년 스위스의 탐험가 요한 부르크하르트가 이곳 원주민 베두인을 설득해 가이드로 삼고 이곳을 찾아냈단다. 이 거대한 고대 도시를 찾았을 때의 그 감격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는 모르지만 하늘이 돕지 않고는 불가능했으리라 믿어진다.
역사적인 큰 발견은 늘 영감이 따라야 가능하다. 영국 시인‘존 월리임 버건’은 이 페트라를 두고 ‘영원의 절반만큼 오래된 장밋빛 같은 붉은 도시’라고 극찬을 했다. 영원의 절반이 살아 숨쉬는 그 신비를 협곡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펼쳐진다.

마차 2대가 피할 만큼 좁은 도로를 따라 걸어보면 고대 나바티안인들이 이곳 협곡을 진입로 하여 안에 고대 왕국을 건설했는지 해답을 찾을 수 있다. 1.2km 에 달하는 이 협곡이 적들로부터 천연 최적 방어선이 되기 때문이다. 이 좁은 협곡에 바리케이드만 잘 치면 천연 요새로 그 어느 누구도 침입할 수 없겠다. 자연이 만들어 준 천연 난공불락 요새임에 틀림없다.
붉은 띠 모양을 한 절벽 바위가 기기묘묘한 모습으로 파노라마로 연출되기 때문에 탄성과 박수가 절로 터져 나왔다. 양쪽 절벽이 입을 맞출 듯 맞닿은 곳은 대낮인데 어두컴컴하다. 받침이 떨어져 나간 큰 바위가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잘 버티고 있다. 마치 떡 시루 같이 겹겹이 쌓아올린 듯한 절벽의 높이가 평균 70m 라고 하니 그 위용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고개를 들고 위로 쳐다보면 나도 모르게 현기증이 난다.

이 협곡이 시작되는 입구에 겨울철에 비가 많이 내릴 때(지중해식 기후는 겨울에 비가 많이 옴) 홍수 조절용 땜을 만들어서 그 물을 페트라 도시로 끌어와 썼단다. 그 물을 끌어 쓴 수로가 이 협곡 양쪽에 너무나 정교하게 남아있다. 누가 2천년 전에 만들었다고 믿겠는가. 경사를 치밀하게 계산해 만든 수로 등 고도로 발달한 문명의 증표가 남아있으나 정작 그 주인인 나바티안인들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신비로움이 더한 곳이다.
꼬불꼬불 그리고 길게 곧게 뻗은 수로는 마치 어머니 뱃속에서 잉태된 아이의 생명체를 살리기위해 파놓은 탯줄 같은 모습이었다. 중간 중간에 물이 흘러가다가 고일 수 있는 큰 웅덩이 같은 것도 보인다. 이게 바로 흐르는 물 중에 부유물이 가라앉도록 만든 정화조와 같은 것이다.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수로 높낮이 조절도 기가 막히게 과학적으로 했다. 그 차이가 한 2m 정도 된단다.

수로 중간 벽 혹은 바로 옆에 많은 조각들이 보인다. 오랜 세월에 닳아 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중간쯤 해서 사자 발톱만 남은 2개의 조각이 눈에 뜨인다. 용맹과 위엄을 상징하는 조각이다.
8월 초 한여름인데도 이 계곡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 땜에 한기가 들 정도이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이 협곡을 걷노라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고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리고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 짜증과 증오도 모두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