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는 이슬람 종교지도자 이맘과 관련된 휴일이 많다. 10월 15일 이맘 알리의 순교일이자 공식 공휴일이다. 주중에 공휴일이라 무엇을 할까 망설이다가 테헤란에서 북서쪽에 한 200㎞ 떨어진 가즈빈을 탐방하기로 했다.
가즈빈 가는 버스가 출발하는 어저디 버스 터미널 까지는 너무 멀다. 택시비 가 만만찮아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가까운 밀다마다 지하철 정류장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이동한다. 요금은 버스 정류장까지 우리돈 75원이다.
테헤란 지하철은 정말 쾌적하고 편리하다. 현재 까지 3호선이 개통되어 X자 모양으로 운행하고 있어 서민들이 사는 웬만한 곳은 다 갈 수 있다. 지하철 역 주변 환경도 매우 아름답게 장식해 놓았다. 아름다운 전통 문양과 전통 그림을 벽에 그려놓아 분위가 한결 밝아 보였다. 객실도 우리나라 지하철 못지 않게 깔끔하고 노약자석도 마련되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가즈빈행 볼보 버스에 올랐다. 요금이 우리 돈 일천원이다. 시원하게 뚫린 직선 고속도로를 잘도 달린다. 최고 속도 제한이 120㎞로 안내판에 적혀 있다. 중간 중간에 속도 계기판에 기록된 속도 확인서를 경찰에게 보인다. 그리고 확인받고 다시 달린다. 한 두서너번 정도 한다. 과속을 방지하는 목적이라 좋은 아이디어 같았다.
정류장에 내리니 여전히 택시기사들이 달라 붙는다. 이젠 이들 따돌리는 노하우가 있어 나를 누가 마중나오니 에입 나드레(신경 쓰지 마라)하면 모두들 등을 돌린다.
지도를 펴들고 어디부터 찾아야 하는지 계획을 해본다. 정류장에서부터 제일 가까운 명소부터 차례로 탐방하기로 일정을 잡았다. 이곳에 테헤란 문이라는 것이 있다. 테헤란으로 가려면 꼭 이 문을 통과해야 하는가 보다.
마침 아이들이 잔디 밭에서 공을 차고 있어 같이 좀 논다. 아이들이 좋다고 난리다. 나도 공차는 운동이라면 둘째 가라면 서운 할 정도이니. 땀을 좀 흘리고 나니 자신감이 더붙는 것 같다.

동쪽으로 1㎞정도 가면 이곳 최고의 명소인 ‘이맘 저데 호세인’란 사원이 있다. 그래 지리도 익힐 겸 걷기로 한다. 설설 걸어가니 어디서 북치는 함성 소리가 난다. 검은 천을 두런 아낙네들이 떼를 지어 몰려간다.
시내 중심지에서부터 시작한 알리 순교 기념 퍼레이드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런 행운을 잡기란 극히 드문 일이다. 그야말로 화려하고 요란한 초대형 퍼레이드이다.

이곳 인구가 한 30만명 정도로 알고 있는 데 아마도 온 시민이 다 나온 것 같은 인파다. 비디오 카메라를 돌리고 디지털 카메라로 계속 이들의 축제를 담는다. 무슨 외국 특파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곳 축하 인파 속 내가 오히려 구경거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이곳 모슬렘들의 열정 또한 대단하다. 무려 3시간 동안 계속되는 축하 페레이드는 이곳 ‘이맘 저데 호세인’ 사원에 도착해서 막을 내렸다.
퍼레이드 내용도 매우 다양했다. 아마 이곳 크고 작은 사원에 출석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페레이드 팀인 모양이다. 대략 30개 팀 정도는 되겠다.
코란이 기록된 깃발을 무수히 들고 행진하는 무리, 전통 무슬림 복장을 하고 춤을 추면서 행진하는 무리, 길게 만든 수직 장식품을 목으로 받히고 행진하는 무리, 코란이 기록된 녹색 천으로 되덮은 둥근 관을 메고가는 무리, 가느다란 여러 쇠줄로 만든 먼지털이 같은 것을 빙빙 돌리면서 자기 몸을 치면서 춤을 추는 무리 등 그 내용이 코란과 관련된 거의 신비에 가까웠다.

퍼레이드를 축하러 나온 많은 사람들이 페레이드하는 무리들이 내미는 헌금함에 돈을 넣는다. 어떤 곳은 돈이 수북히 쌓여 지천을 못하는 모습이다. 두 손으로 합장하고 격려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철옹성 같은 이슬람 종교 의식이 현재의 이란을 떠받들고 있는 버팀목인 것 같았다.
겉보기로 모두가 열성 신도들이다. 자기 몸무게 보다 훨씬 무거운 철제 장식품을 목에 걸고 땀을 비오듯이 흘리며 걷고 있는 모습은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모습과 같은 착각을 받기도 했다.

거의 3시간에 가까운 축하 순서를 뒤로하고 다음 탐방지로 향했다. ‘좀에 마스젯트’ 그리고 ‘나비 마스젯트’ 둘다 역사가 500년 이상이란다. 겉 모습부터 오래된 느낌이다. 마침 ‘나비 마스젯트.를 찾았을 때 이슬람 공식 예배가 거행되고 있었다. 이것 또한 장관이었다. 수천평되는 운동장에 남여 구별없이 수천명의 신도들이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흰 터번을 두르고 까만 굴레 수염을 휘날리는 근엄한 물라(지도자)가 무엇인가 주문을 외우면서 설교를 한다. 모두들 진지하게 경청을 한다. 중간중간에 일어섰다가 절을 하는 순서가 있다. 그 많은 사람들이 하는 절이 똑 한 사람이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검은 천 흰 천이 어울린 모습 또한 이슬람의 교리와 어울려 더욱더 장엄하게 느껴졌다. 가즈빈 시내 탐방 안내서에 나와 있는 150여년 전에 세워진 아르메니안 라피에(Rafie)교회를 찾았다.

이슬람 국가에 교회의 존재는 언제나 초라해 보인다. 이 교회 역시 한쪽 구석진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찾지 않으면 사람의 눈에 쉽게 띄지 않겠다. 문이 잠겨있어 돌아갈까말까 하다가 초인종을 누르니 파리한 한 늙은 노

인이 나오며 반긴다. 교회 안으로 인도되었다.
아르메니안 교회가 늘 그렇듯이 각종 성화가 교회 안를 장식하고 있었다. 특히 아르메니안 성경을 처음 쓴 분을 예수님처럼 숭상하는 것이 이채롭다. 이 분의 사진을 예수님 사진과 나란히 걸어 놓았다.
마침 자기 아들이라고 소개한 한 젊은이가 이 교회 목사인 모양이다. 영어도 제법 잘 한다. 주일에 한 스무나명 모인단다. 한국 교회는 어떠냐고 묻는다. 큰 교회는 수만명을 헤아리는 교인이 모인다고 했더니 믿지를 않는다. 매일 새벽 기도 모임이 있다고 하니 이것 또한 믿지를 않는다.
이곳 교회가 쇠퇴해질 수 밖에 없는 모든 조건은 다 갖추고 있었다. 이슬람의 위력 그리고 교역자의 부족과 자질 등. 교회를 나오면서 헌금함에 이 교회의 부흥을 위해서 작은 헌금을 하고 나왔다. 정말 행운의 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