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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이란의 갑바도기아(Cappodcia) 타브리즈 칸도반(Kandovan)


이란에 살면서 처음으로 기차 여행을 했다. 어제 (07.5.16) 밤 7시 이란 북부 도시 타브리즈로 출발하는 4인용 침대칸에 몸을 실었다. 전에 시베리아 횡단 철도 4인용 침대칸에서 일주일 정도 보낸 경험이 있어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깨끗하고 사람들이 친절해 12시간의 여행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저녁과 아침이 제공되고 밤에 새 이부자리를 주는 등 기차를 잘 만 이용하면 버스 보다 훨씬 편하고 유익한 여행이 되겠다. 요금은 버스에 비해 한 3배 정도 비싼 편이다.



아침 7시경 도착해서 내리니 여전히 택시 호객꾼들이 따라 붙는다. 한 양반이 카도반까지 우리 돈 1만원을 부른다. 턱도 없이 비싼 요금이다. 외국인이라 봉을 잡을 참이었다. 한 젊은 양반이 4천원에 가겠단다. 뭔가 좀 열린 양반 같다. 필자가 이란어를 현지인만큼 구사하면 ‘아하’ 하고 알아차리면 될 텐데 모두가 그걸 모르고 손님을 놓치고 만다. 3천원에 가자니 중간을 잘라 3천 5백 원에 가잔다.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 자기 통성명을 대며 가는 것만 하지 말고 오는 것 까지 자기 차를 이용해 달라고 한다. ‘ 호더 모바라크, 헤일리 호쉬 바크탐’ 오늘 하늘이 맺어준 기회인데 무척 반갑다고 호들갑을 떤다. 외국인들을 많이 이곳으로 모셔봤노라고 자랑을 한다. 가다가 좀 그럴듯한 장소가 나타나면 사진을 찍으라고 차를 멈춘다. 그러면서 장소를 지정해주며 사진을 찍어준다. 확실히 외국인을 많이 접해본 솜씨이다.



타브리즈 시내를 좀 벗어나자 황량한 이란 어느 지역과는 달리 낮을 산들이 이어진다. 그러면서 울창한 숲도 보인다. 저 멀리 사한드(Sahand 3,707m)에 쌓였던 눈이 녹아 계곡을 한껏 적신다. 거리 양쪽으로 이곳 명물인 호두나무가 가로수로 이어진다. 밋밋한 산비탈에 양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목가적인 아름다운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40여 km 거리는 금방 달려 온 것 같다.



40여분 만에 이란의 갑바도기아 칸도반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란의 자랑거리인 전통 주거지라고 곳곳에 공사를 한다고 파헤쳐놓았다. 여기저기서 아낙네들이 양들을 몰고 풀을 찾아나서는 모습이 간간이 보인다. 깎아 세운 듯한 끝이 뾰족한 바위들이 수백 개 수천 개가 이어졌다. 그 틈새에 구멍을 뚫어 사람이 살고 있었다. 코가 땅에 닿을 듯한 길을 타고 오르면서 이곳 삶을 직접 살피면서 도대체 이런 열악한 조건의 바위 틈 암굴에서 어떻게 살아갈 가하는 듯한 의문이 생겼다.



두어 평 남짓한 토굴에서 한 가족이 어울려 산다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다. 얼마 전 까지 사람이 살았던 토굴집은 모두가 양들의 우리가 되어 있었다. 대체로 위에는 사람이 바로 아래는 양들의 우리이다. 결국 사람과 양들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곳 오르막 골목길을 오르다 보면 온통 양들의 배설물로 철갑이 되어 있다. 온 동네가 큰 외양간 같았다. 이런 분뇨 냄새로 머리가 설설 아파오는 데 이들은 이 냄새가 그들 삶 일부라 아무렇지도 않는 모양이다.



이 깊은 산 속 바위틈에 조상 적부터 살아오면서 자연과 끊임없는 싸움에서 살아 남기위해 애쓴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이웃과의 오가는 길을 나무로 이어 공중다리를 만들고 이웃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도 만들었다. 여기에 있는 바위들은 오랜 세월 동안 풍화, 침식작용으로 인해 바위가 신축성이 있어 예리한 괭이나 삽으로 살살 헤집고 파면 며칠 안에 암굴 방 한 칸은 만들겠다. 냉난방이 절로 되는 자연 친화적인 그런 천연 요새 같은 집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에 이기적인 모습은 전혀 찾기 힘들었다. 신이 내린 자연적 속에 순종하며 사는 그런 안분자족하는 모습이었다.



이름난 터키의 갑바도기아 암굴에 비해 규모, 크기, 아름다움 등에서 뒤지지만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부분은 오히려 더 나아 보였다. 그리고 조용하고 상업적인 호객이없고. 아낙네들이 집안 일 양치는 일 모두를 담당하는 모양이다. 살짝 다가가 웃으면서 사진이라도 한 장 찍자고 하니 손 사레를 저으면서 얼른 숨어버린다. 거리에 모여서 빈둥거리고 있던 남자들이 내가 사진을 찍자고 하기도 전에 먼저 같이 사진을 찍자고 나선다. 얼굴에 해맑은 소년 띠가 나는 법이 없어도 살아갈 것 같은 그런 모습의 사내들이다. 내 마음도 이들과 동화되는 것 같아 여태껏 이기주의적인 마음이 싹 가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곳 청정 산 속에서 채취한 꿀이 좋다고 사라고 호객을 한다. ‘다비앗트 아쌀’ 산속 진짜 꿀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한다. 꿀이 바로든 꿀 소비(Honeycomb)를 보여주며 맛을 보라고 권한다. 필자가 한국에 있을 때 한 10여 년간 가정 양봉을 했던 경험이 있어 꿀 진위를 가릴 수 있는 노하우가 있어 자세히 살피니 천연 그대로의 꿀임을 알 수 있었다. 굴을 채우는 소방에 한 가지 색 꿀로 채워져 있으면 이것은 설탕을 먹여 만든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갈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깔 꿀이 채워져 있고 꿀에서 중요한 독특한 향이 있어 이걸 사기로 했다. 석청 같은 이 꿀을 1kg에 우리 돈 1만 5천이란다. 우리나라로 치면 무척 싼 금액이지만 이곳 단순 노동으로 채취한 꿀 값으로는 치면 무척 비싼 요금이다. 흥정 끝에 2kg을 1만 5천원에 샀다.



이곳 싸한드 산 중심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고원 지대를 아씨리아 크리스천들은 구약 성경에 나오는 에덴동산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을 듣고 보니 이곳이 구약 노아방주가 있었다는 터키 아라랏 산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약간의 믿음이 가시기도 했다.

이란의 갑바도기아 칸도반에서 도심의 때 묻은 생각의 먼지를 털고 하나님이 창조한 신비한 세계를 가슴에 조심조심 담았다. 가는 곳마다 독특한 자연을 그 때마다 지혜롭게 대체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이 창조적인 여행이다. 하나님의 창조의 신비는 어딜 가나 그 맛이 다 다르다. 오늘은 그 맛이 더 진한 것 같아 입에서 절로 감사의 말이 흥얼거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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