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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선생님, 당신은 학교의 주인입니다

5월은 계절로 봐서도 생명감이 넘치는 시기이다. 생명의 약동감을 느끼면서 경외감까지도 스며온다. 또한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이 있기에 인간과의 관계를 더듬어 보는 달이기도 하다. 이런 좋은 달에 이제 교직을 그만 두고 싶다는 한 중학교 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왜 그런가 물었더니 요즘 아이들 가르치기가 여간 힘들지 않고, 열심히 가르쳐 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일반화 된다면 우리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이런 속도 모르고 한국에서 가장 희망하는 직업이 교사라니 조금은 아이러니칼하지 않는가!

또한 예전에 쉽게 접한 아이들의 이야기 한 토막이다. "그거? 인간두 아니야! 걔 또라이야! 죽여야 돼!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자들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큰소리로 누군가를 욕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비분강개한 목소리를 들었다. 누굴 죽여야 돼?  짐짓 웃으면서 묻자 한 아이는 무슨 까닭인지 얼굴을 붉혔고, 다른 아이가 외면한 채, "우리 담임요!" 분위기로 보아 학교 선생님을 욕하는 것이려니, 생각은 했었다. 내 등 뒤로 아이들은 불만에 찬 걸음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하지만 분에 가득찼던 그들의 소리는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사춘기에 접어든 딸이 학교에 다닐 때, 자기 아이의 표정을 살피는 게 큰일이었다는 한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학교에서 돌아 와 담임선생님이나 다른 선생님을 욕하지 않으면 맘이 놓이곤 했다는 것이다. 저러다 자퇴라도 하겠다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맘 한구석에 불안을 불씨처럼 품고 살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선생님이나 학교와의 불화가 그 아이 자신에게 얼마나 힘든 고통이며, 견디기 어려운 소외인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학교를 불태우고 싶어한 한 여학생, 담임 선생님이 죽기를 바라는 이웃집 소녀…. 그리고 지금 <교사를 천직으로 알고 택한 직업을 이젠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는 중학교 선생님의 모습이 나의 가슴을 조여온다.

하지만 돌아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어떤 시대에나 그 모습이 한결같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학생의 처지를 이해하고, 학생 개인이 가진 능력이나 재능을 발견해 내는 능력이 있는 그런 사람이다. 선생님이라는 일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인격, 혹은 자아를 만들어가는 시기의 사람들과 부딪치며 살아가는 일이 아닌겠는가?  인생에서 사춘기라는 것은 자아의「독립전쟁」시기이다. 하지만 반항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 전쟁을 치르지 않으면 영원히 미숙아로 남는다는 걸 깊이 이해하는 분 또한 선생님이 아니겠는가?  해마다 등돌리고 떠나는 제자들 뒤에 남아 학교의 주인이라 생각하고 학교를 지키는 일에 자부심을 가진 선생님이 계시기에 우리의 미래는 소망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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