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교장공모제를 두고 언론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12일자 동아일보 사설을 보면 무자격교장공모제를 옹호하고 있다. 특히 우리가 인정하기 어려운 내용은 '초중고교를 통틀어 공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학교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자격증 유무가 아니다. 학교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에 답하는 비전을 제시하며, 학교 구성원의 역량을 결집해 교육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리더십과 책임감이다. 별다른 아이디어도 없이 학교의 현상 유지나 꾀하는 무능, 무기력, 무책임한 사람은 아무리 교사 교감으로 오래 근무했어도 교장 적격자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역시 공교육부실의 주범을 교사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국교총의 반대에 대한 반박논리가 위의 내용이다. 사설의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기에 앞서 이 사설을 작성한 담당자는 어떻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지 그것이 답답하다. 학교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학생과 학부모의요구에 답하는 비전을 제시하며, 학교구성원의 역량을 결집해 교육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리더십과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당연한 이야기다. 무능, 무기력, 무책임한 사람은 아무리 교사, 교감으로 오래 근무했어도 교장 적격자가 아니라는 것에도 공감한다. 그런데 현재의 제도에서 이런 사람은 교장,교감이 되지 못한다. 아니 할 수가 없다.
이런 논리가 맞다고 해도 왜 그 대안이 무자격교장공모제이어야 하는가. 그것을 묻고싶다. 지금 학교경영에서 자격증 유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왜 자격증 유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일단 자격증이 있다는 것은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췄다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자격증이 중요하지 않다니, 그럼 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인가. 결국은 교장을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로 보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어떻게 우리나라 중앙일간지이면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신문에서 이런 논리를 펼칠 수 있는가. 운전만 잘하면 면허증 필요없이 운전할 수 있는 것인지 묻고싶다. 돌파리 의사가 의료행위를 해도 되는지 묻고싶다. 최소한 사설에서 펼친 논리대로라면 무조건 잘하면 자격증없어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학교에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꼭 무자격자를 교장으로 임용하는 것이어야 하느냐고 묻고싶다. 어째서 무자격교장이 임용되면 새바람이 일어난다고 보는 것인가. 학교내의 갈등과 혼란을 가중시키는 바람을 새바람이라고 표현한 것인가. 그렇게 해서 공교육이 살아날 것으로 보는것인가. 정부와 교육부의 책임을 먼저 물어야 한다. 교원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외국의 경우도 교장공모제가 대세라고는 하지만 우리와 상황이 다를 뿐 아니라 특히 미국의 경우는 계약직이기 때문에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 왜 그것을 뒤로 숨기고 공모제 자체만을 내세우는가. 결국 학교에 새바람을 불어넣어 공교육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취지라고 하지만 그방법이 무자격교장공모제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들이 얼마든지 많다. 우리와 같은 정서에서 40대 초반의 교장이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또한 외부에서 공모되어 들어오는 교장이 전문성이 높고 리더십이 강하다는 증거가 어디에 있는가. 그런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냥 그럴것이다라는 막연한 추측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해할 수도 없다.
무자격교장 공모제는 이상한 바람만 불어넣을 것이다. 교사들간의 치열한 경쟁은 물론, 학교분위기 자체를 비정상적으로 끌고 갈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현재보다 학교교육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교장만 공모해서 뽑는다고 모든것이 해결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기업체의 경영기법을 그대로 도입한다고 교육정상화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학생들을 한 인간으로 키워내는 것이 학교교육이다.
언론에 부탁한다. 더이상 학교를 흔들지 말라는 것이다. 학교를 자꾸 흔들어놓으면 결국에는 학생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객관적인 평을 하는 것이 사설이 할일이다. 어느 한쪽만의 의견을 존중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학교와 모든 교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당연히 찬성이다. 그렇더라도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때 과연 이것이 꼭 필요한가에 대한 검토가 우선되어야 한다. 교장공모제가 학교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것이 절대 아니다. 더 큰 틀에서 노력할때 학교는 새로운 바람이 불것이다. 설득력없는 무자격교장공모제는 당장에 백지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