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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보호' 받아야 할 여교원의 '모성'


교육부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여교사 증가에 따른 일선 학교현장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여교사의 교단진입 증가에 따른 학교현장 실태분석'이라는 정책연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두 차례의 workshop을 개최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정책연구 자체에 대한 교사들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여교사들은 '이 연구가 여교사의 증가로 인해 교단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는지' 불만이었고, 남교사들은 '여교사의 증가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는지' 의심하는 등 교사의 성별에 따라 여교사 증가 현상에 대한 시각이 다름을 보여주었다.

현재 초등학교의 경우 여교사 비율은 70%, 중학교의 경우 50%에 이르고 앞으로도 계속 늘 것이다. 따라서 여교사의 증가로 인한 교직사회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정부는 물론 학교 관리자나 교사의 의식, 학교운영방식에 대한 충분한 준비나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늘어가는 여교사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교단의 안정화를 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교사 증가로 인한 학교 현장의 어려움 중 하나가 임신이나 출산 또는 보건휴가 등 모성보호에 따른 학급운영의 문제이고, 이러한 문제로 교단에서 갈등이 생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휴가나 휴직의 경험이 있는 상당수의 여교사들은 이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한다. 또 보건휴가로 학교 관리자와 교사들이 충돌하기도 한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들이 중·고등학교 교사들에 비해 어려움이 많고 심리적인 위축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여교사들이 학교 관리자나 동료 교사들로 인해 위축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휴직기간이나 휴가기간 중 수업을 맡아 줄 적합한 기간제 교사를 충원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학교 관리자들은 더 난감하다. 교원정년단축으로 교사 부족 현상이 심화되어 있는 터에 대체 강사를 구하기는 정말 힘든다. 거기에 보건휴가 문제까지 대두된다면 더 난감해진다. 물론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그리고 복지후생시설에 대한 요구 증대 등은 제도적으로 뒷받침함으로써 해소될 문제들이다.

그러나 제도적 지원이 어려운 현실에서 어떤 방법으로 교단의 갈등을 해소하고 학습 결손을 줄일 것인가는 학교 관리자의 조정 능력에 달려있다. 그런데 만약 학교 관리자가 여교사들의 모성보호에 대한 불충분한 지원에 대해 당사자들의 이해를 구하기보다는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주는 경우가 있다면 이는 큰 문제이다. 또 알게 모르게 여교사들의 보건휴가를 막는 의도로 보여지는 조치를 취한다면, 그래서 여교사들의 사기가 위축되고 마음의 상처까지 받는 일이 생긴다면 학교 관리자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태도와 인식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보건휴가를 원하는 여교사들을 노골적으로 폄하·비하하며 인내가 부족한 것으로 단정짓거나, 다른 휴가의 경우와는 달리 학부모들에게 안내장을 통해 '담임선생님이 생리로 인해 보건휴가를 신청하여 불가피하게 강사로 수업을 대체한다' 고 '친절하게' 사유를 알리는 사례가 있다면 이는 특정 성(性)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나타내는 편견에 의한 성차별적 행위다.

더구나 여교사들에게 보건휴가를 주는 것이 '봐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성(性)에 대한 부정확한 지식과 왜곡된 인식에 근거한 성차별적 판단이다. 성(性)이란 생물학적인 성(sex)과 사회문화적인 성(gender)으로 나누어지고, 성평등이란 생물학적인 성의 특성 즉 모성에 관한 것은 철저히 보호하되 사회문화적인 성역할에 대한 편견으로 차별받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모성에 관한 사안들은 보호받아야 하고, 모성보호에 따른 이중 부담은 개인적인 문제로 비난받을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공동책임으로 인식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교단의 안정화는 학교 관리자와 교사간의 상호 신뢰와 지지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교원들의 태도나 행동은 학생들에게 중요한 교육적 모델이 된다. 남녀교원들이 상호 존중과 평등한 관계 정립을 통해 협력하여 교육활동을 진행해 나갈 때 '성평등한 좋은 학교'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교원들 스스로가 변화의 지도자임을 자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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