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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폭력과 체벌은 다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육부인적자원부가 얼마 전 발표한 학교생활규정의 체벌허용 조항에 대해 '체벌은 학생들의 신체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며,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불안감, 우울증, 학교강박증, 적개심 등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학교에서의 체벌을 금지해 줄 것을 권고했다.

나아가 체벌의 근거인 초등교육법 18조와 동법시행령 31조 7항을 개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학교에서의 체벌을 둘러싸고 사회적으로 그리고 교육계 내부에서 그 동안 많은 논란이 있어 왔지만 이번처럼 정부 내에서 체벌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제기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귀추가 주목된다.

국가인권위원회처럼 체벌을 금지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너무 함부로 체벌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그다지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뺨을 때리거나 심하게 매질을 하고, 심지어는 야구 방망이로 때리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체벌로 인하여 학생들이 신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하여 체벌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재와 같은 다인수 학급 등의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학생들을 체벌하지 않고 말로만 교육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의 흡연, 음주, 성비행, 폭력 등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으며, 말로만 해서는 수업조차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체벌금지 조치는 학교의 실정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고 반박한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옳은가? 먼저 밝혀야 할 문제는 폭력과 체벌의 차이이다. 체벌은 폭력과는 달리 '학교에서 규칙을 위반한 학생에게 이에 상응하는 벌을 가하기 위하여 권위를 가지고 있는 교장이나 교사가 의도적으로 신체적인 고통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만약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은 학생에게 또는 학교의 교칙이나 학칙에 명시되지도 않은 사항에 대해 교사가 임의적으로 판단해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한다면, 그것은 체벌이 아닌 폭력이다.

체벌 금지론자들이 주장하는 학교에서의 과도한 체벌은 대부분 이러한 의미에서 체벌이라기보다는 폭력인 경우가 많다.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든 절대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체벌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러한 폭력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폭력이 아닌 체벌은 허용되어야 하는가? 원칙적으로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체벌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하여 학생들을 교육해야만 한다. 세계적으로도 독일, 프랑스 등의 유럽국가는 물론이고, 소련과 중국 등의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체벌을 법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오직 영국과 그 식민지였던 나라들만이 체벌을 엄격한 조건을 붙여서 최후의 교육적 수단으로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체벌을 허용해야 한다면, 반드시 어떤 잘못을 범한 경우에, 어느 정도의 체벌을, 어떤 방식으로 체벌 받게 되는가를 학칙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학생들에게 이를 철저히 주지시켜 주어야 한다. 나아가 교사들도 이러한 규정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번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제시한 '학교생활규정(안)'과 같이 국가에서 획일적으로 명시해주거나 예시해 줄 필요는 없다.

학칙은 어디까지나 학교 구성원들이 협의해 자유롭게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의 체벌이 과연 학생들의 신체적인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학생들의 정서에 악영향을 끼치는가 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판단의 문제라기보다는 교육적 판단의 문제이다.

체벌이 학생들의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혹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하는 것은 교육의 전반적인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체벌의 허용과 금지는 학부형, 학생, 일반인, 특히 교사들의 교육관, 태도, 의식, 가치관, 문화적 풍토 등에 따라 시일이 가면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학교에서의 체벌은 법률에 의해 일시적으로 결정하기보다는, 시일을 두고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하면서 해결해가야 할 문제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는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에 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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